신현윤 신임 로스쿨協 이사장 "로스쿨마다 폐강 속출…입학정원 200명은 돼야"
“로스쿨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에 이어 지난 29일 4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협의회 이사장으로 취임한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사진)의 업무계획이다.

신 이사장은 30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수강신청 인원이 적어 로스쿨마다 폐강과목이 속출하고 있다. 커리큘럼이 다양해지고 로스쿨별로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한 학년당 학생 수가 200명 정도는 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재 25개 로스쿨 가운데 입학정원이 100명이 채 안되는 학교가 15곳이나 되고 서강대 제주대 건국대 강원대 등은 40명에 불과하다.

신 이사장은 2년 임기 동안 로스쿨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 과제로 그는 로스쿨 입학정원 확대를 비롯해 △변호사시험 합격률 유지 △고비용구조 개선 △로스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산 등을 꼽았다.

신 이사장은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합격률이 올해처럼 응시자 대비 70~80% 이상으로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처음 치른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15%다. 법무부의 방침은 당분간은 입학정원 기준으로 합격률 75%선을 유지하겠다는 것. 하지만 변호사시험을 5년간 5회까지 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2년 뒤부터 62%, 50%, 40%대로 갈수록 떨어진다는 게 그의 추산이다.

신 이사장은 로스쿨들이 안고 있는 고비용 구조도 문제삼았다. 현행 로스쿨 평가기준에 따르면 학생대 교수비율, 로스쿨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비율, 등록금의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외국처럼 기부금 모집이 여의치 않은 한국 현실에서 로스쿨 전체의 수입과 지출을 비교하면 매년 학교별로 수십억원씩의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2017년 이후 폐지예정인 현행 사법시험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사시는 합격률이 5%도 안되기 때문에 응시자의 95% 이상은 고시낭인으로 인생의 좌절을 맛볼 수밖에 없는 제도”라고 말했다.

로스쿨이 ‘귀족학교’라는 부정적 여론에 대해선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으로 2010학년도에 정원의 6%인 116명을 선발했고, 2009년 기준 로스쿨 전액장학금 지급비율이 43.7%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신 이사장은 “학교든 학생이든 로스쿨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