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각 당의 대선 후보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선출하자는 게 골자다. 공직 후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전 국민이 참여해서 뽑고, 이 과정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자는 것이 완전국민경선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투표 당일 주민등록 소재지에 있지 않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전산통합선거인명부를 만들도록 규정했다.

완전국민경선제에 찬성하는 새누리당 대선 주자들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이다. 반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 측은 반대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아예 당 이름으로 찬성하고 관련 개정안을 내겠다고 한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반대하는 쪽의 논거는 △역선택의 위험이 있다 △정당정치의 근간을 훼손한다 △동원정치 구태 가능성이 있다 △현행 제도로도 국민의 의사 반영이 가능하다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지역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 등이다.

하지만 이런 논거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논거일 뿐 실제 정치 현실에선 여러 가지 면에서 기우에 불과하다. 제도를 정비하면 이런 우려는 모두 불식시킬 수 있다. 대선 가도에서 가장 앞서 있는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상대 당에서 전략적으로 엄청난 인원을 동원할 것이라는 가설이 역선택이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이 같은 날 경선을 시행하고 유권자에게 여야를 통틀어 한 후보에게만 투표할 수 있게 하면 역선택 시비는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를 선택하기도 바쁜데 남의 당 특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역선택을 한다는 것은 기우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반대하는 측은 “정당의 근간은 당원이기 때문에 당원의 뜻을 묻지 않는 대선후보 선출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현대정치의 흐름을 부정하는 논리다. 현대 정치에서 정당의 근간은 당원도 중요하지만 그 당의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국민으로 본다. 바로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개념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 획득이다. 대한민국에서 정권 획득의 기준은 대선 승리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당의 가장 중요한 일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일이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그 당의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참여하면, 바로 그 사람들이 정당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당원의 뜻은 묻지도 않은 채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한 게 바로 몇 달 전 새누리당이었다. 그런 새누리당이 국민경선을 외면하는 건 논리모순이라 할 수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를 반대하는 측은 특정 세력이 돈과 조직을 통해 투표장에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한정된 수의 대의원 투표가 오히려 동원 정치의 구태를 만들어낸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의원을 모집하는 과정에 사람이 죽는 비극까지 있었다. 조직을 담당했던 사람이 부정시비가 일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현행 새누리당 대선 후보 선출 방식은 2:3:3:2(대의원:책임당원:일반국민:여론조사)다. 일부에서는 지금 방식에도 일반국민의 뜻과 여론조사가 반영되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반국민의 뜻이 이 정도로 적게 반영되면 위에서 살펴본 대로 동원정치의 구태를 조장할 게 뻔하다. 또한 여론조사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난센스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배반이다. 여론조사는 참고 자료일 뿐 공직 후보 선출 기제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 지난 총선 개표일을 기억해보자. 여론조사도 못 믿어 출구조사까지 시행했지만 틀린 곳이 얼마나 많았는가.

완전국민경선제 관리를 위해 100억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돈이 들어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직 후보인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데 이 정도 비용은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다. 오히려 정당에 맡겨 거기에서 나오는 부정과 부패로 국민들이 받을 충격과 상실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통합진보당이 풍기는 악취로 인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답은 자명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면 오히려 민주주의를 고도화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도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 결과가 나올 텐데 미리부터 지역감정이 배어 있는 경선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있다. 이는 완전국민경선제를 하지 않겠다는 억지 논리다. 지역감정 문제는 선거를 하지 않음으로써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연말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전망을 그리 밝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참담한 패배가 예상됐던 가운데 새누리당이 전체 300석 중 150석을 차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정당득표율과 후보자 득표수 총합은 낮았다.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는 야당에 패했다. 대선 투표율은 총선보다 15% 안팎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대선에 참여할 유권자들이 어느 정당 후보에게 보다 많이 투표할지는 알 수 없다.

야권은 전가의 보도인 다단계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범야권 단일후보가 건곤일척의 단일화 드라마를 펼칠 게 틀림없다. 실제 노무현-정몽준 후보의 단일화가 16대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 역사적 교훈에서 배우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간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정당은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한다. 그 좋던 총선 판에서 제2당에 머문 민주당을 떠올리면 답은 간단하다. 국민의 참여와 관심을 고조시킬 수 있는 완전국민경선제가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의 필요조건임은 분명하다.

김용태 < 새누리당 의원 >
△서울대 정치학과 △제18, 19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서울 양천을)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 △전 여의도연구소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