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정정길, 임태희 두 전 청와대 대통령 실장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검찰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VIP(대통령) 보고는 지원관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과 상의해 대통령 실장에게 보고한다’는 문건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3일 “정, 임 전 실장에게 불법사찰과 관련해 전반적인 정황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등의 내용이 담긴 질의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총리실에 지원관실이 생겼던 2008년 6월부터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의 폭로로 민간인 사찰 의혹이 처음 불거진 2010년 7월까지 대통령 실장을 지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자신이 불법사찰의 ‘몸통’이라고 주장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48·구속기소)에게 불법사찰 내용을 보고받은 뒤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질의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지원관실에 근무한 직원으로부터 이 전 비서관이 사찰 내용을 윗선 중 누구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정 전 실장의 후임으로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대통령 실장으로 재직했다. 임 전 실장은 사찰 문건을 없애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2010년 구속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지원관과 진경락 전 총리실 총괄지원과장의 가족들에게 추석 무렵 위로금 차원에서 금일봉을 건넸다. 임 전 실장은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두 사람은 총리실에 파견된 노동부 직원들이었다. 청와대에 오고 나서 그 사람들이 구속됐는데 명절에 고기라도 사드시라고 돈을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노동부 장관으로 재임한 시점은 2009년 10월부터 2010년 7월까지이며, 이 전 지원관과 진 전 과장은 노동부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7월 지원관실에 파견됐다. 실제로 세 사람은 함께 일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법사찰에 관여했던 두 사람의 입을 막기 위해 임 전 실장이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