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시일내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코웨이를 따라잡는 게 목표입니다.”

이석호 청호나이스 사장(56·사진)은 3일 “고객을 사로잡을 신제품과 조직개편을 통해 ‘정수기 만년 2위 업체’라는 꼬리표를 떼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업계 1위 웅진코웨이가 매각작업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2위 업체가 공격경영을 선언하고 나와 시장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현재 정수기 시장에서 웅진코웨이의 시장 점유율은 45%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에 비해 청호나이스의 점유율은 20% 선. 청호가 월 2만대 안팎의 정수기를 판매하는 데 비해 웅진은 3만대 이상을 팔고 있다. 연내 웅진을 따라잡겠다는 목표가 핑크빛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사장은 “연말까지 웅진코웨이의 ‘한뼘 정수기’ 만한 크기에서 냉·온 정수뿐 아니라 얼음까지 나오는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제품으로 트렌드를 잡겠다는 뜻이다.

청호는 지난달 세계에서 가장 작은 얼음 정수기 ‘쁘띠’를 내놓으며 얼음 정수기 부문에서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정수기에 온수기능을 넣고, 크기를 줄인다면 웅진이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자신이다. 이 사장은 “지금 공개하기는 그렇지만 내년에 시장이 깜짝 놀랄 만한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라며 “개발 작업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청호는 제품 판매 조직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정수기를 판매하고 유지·관리해주는 플래너(웅진코웨이의 코디에 해당)의 수는 3500명 수준. 이를 연내 5000명까지 늘릴 생각이다. 2010년 말까지만 해도 플래너가 2300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만에 조직이 두 배로 커지는 셈이다. 이 사장은 “판매·관리조직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정수기 시장에서 업계를 리드할 수 없다”면서 “내년 말까지는 플래너를 다시 7000명 선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청호가 최근 공격경영에 나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사장은 “2008년까지만 해도 판매 부진과 부채문제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위기극복 후 2009년과 2010년에 300억원이 넘는 흑자를 내면서 공격 경영에 나설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청호는 2010년 7월 빚을 모두 갚은 후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이 사장은 “앞으로 다른 곳에 한눈 팔지 않고 전문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면 반드시 시장에서 1등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오는 26일 한국표준협회로부터 ‘신기술 으뜸상’을 타기로 돼 있다”면서 “12년 연속 신기술상을 타는 기업은 청호와 삼성전자뿐”이라고 자랑했다.

청호나이스는 정수기를 포함해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등 생활가전 제품 판매로 지난해 28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이크로필터(정수기 냉장고 등에 사용되는 필터 생산업체) 등 다른 3개 계열사의 매출을 합한 그룹 매출은 4000억원. 이 사장은 “청호는 2015년까지 그룹 매출을 1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