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흩어진 한국 미술 고국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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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뒤늦게 한국 국적 되찾은 불화…보물급 청자·백자 등 86점 전시
뒤늦게 한국 국적 되찾은 불화…보물급 청자·백자 등 86점 전시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 중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국적이 바뀐 미술품이 있다. 고려 후기 작품인 ‘아미타불·지장보살도’다. 아시아미술 전문가 개릿 챗필드 피어가 1911~1912년 일본에서 수집한 것을 1913년 미술관이 사들였는데 1970년대에야 한국 미술품으로 국적이 정정됐다.
해외 유명 미술·박물관에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반출된 한국 미술품들이 많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5일부터 8월5일까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특별전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는 미국의 미술·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을 모아 소개하는 자리. 주요 박물관 9곳과 30개 한국실 등에서 엄선한 86점을 선보인다.
1부 ‘한국미술을 소장하다’에서는 미국 박물관의 한국 미술품 소장 역사를 조명한다. 한국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한국 미술품 소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유물 9점을 전시했다.
1892년 보스턴미술관이 일본 미술품 수집가 에드워드 모스로부터 구입한 ‘청자 꽃 새 무늬 매병’이 대표적인 전시품. 왕실 하사품으로 추정된다. 선교사 언더우드 집안에서 기증한 브루클린박물관의 ‘청자 연꽃 무늬 주자’,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후원했던 루이스 세브란스의 아들 존 세브란스가 기증한 클리블랜드미술관의 ‘청자 앵무 무늬 정병’, 앤 라이스 쿡 여사의 기증품으로 최초의 한국실에 전시됐던 호놀룰루미술관의 ‘청자 모란 넝쿨 무늬 사각형 반’, 중국 것으로 알려졌다가 후대에 고려 불화로 밝혀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아미타불·지장보살도’ 등도 눈길을 끈다.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백자 복숭아 모양 연적’과 하버드미술관 핸더슨 컬렉션의 ‘바퀴 달린 잔’은 6·25를 전후로 한국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소장품이다.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소장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 미술품 수집 활성화를 가져온 에이버리 브런디지의 기증품으로 유명하다.
2부 ‘한국미술을 전시하다’는 한국실 설치연도에 따라 나눴다. 한국 미술품이 독립된 공간에 전시된 것은 1927년 호놀룰루미술관처럼 다인종·다문화에 관심을 기울였던 기관부터 시작됐다. 호놀룰루미술관의 대표 유물로는 1927년 한국실 사진 속에 등장한 ‘청자 연꽃 넝쿨 무늬 주전자’ ‘목조동자상’ ‘석가설법도’가 있다.
1974년 뉴욕 일대에서 최초로 한국실을 설치한 브루클린박물관의 유물로는 최초의 아시아미술 큐레이터로 1913년 한국에 왔던 스튜어트 큘린이 수집한 ‘인궤’를 비롯 80년대 소장된 ‘한익모(韓翼暮)초상’과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 등이 있다.
1978년 한국실을 설치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이 최근 구입한 ‘계산목우도(溪山牧牛圖)’는 오른쪽 폭을 2000년, 왼쪽 폭은 2005년에 구입한 것으로 시간이 흘러 하나의 그림이 된 재미있는 사례다.
1982년 한·미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실을 설립한 보스턴미술관의 고려시대 ‘나전 칠 국화 넝쿨 무늬 경전함’은 화려하고 정교한 고려시대 나전칠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밖에 3부 ‘한국미술을 빛내다’에서는 미국 박물관 한국실 전경과 주요 한국미술 관련 도록과 교육자료를 전시, 한 세기 동안 변화한 한국미술의 위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