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로변 1층 매장 無권리금…웬 떡인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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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9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 신논현역에서 교보타워를 지나 강남역 방향으로 걷는다. 때 이른 더위에 햇볕이 따갑다. 거리는 북적이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드문드문 중년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이 20대다. 도로변 1층 매장엔 의류·커피숍·화장품 매장이 줄지어 있다. 모두 유명 브랜드 프랜차이즈 매장이다. 임대료 실태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업주를 만나려면 개인 상점에 들어가야 하는데….
한참을 걸어가니 간판에 핸드메이드 화장품이라고 쓰인 작은 매장이 눈에 띈다. 이 정도면 개인 상점이 아닐까. 안에 들어가 둘러보니 손님은 없고 직원 서너 명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장인 듯한 여성에게 취재 의도를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본사에 연락하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개인 업주일 것이라는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래도 개인 업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휴대전화 대리점이 보인다. 규모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다. 사장을 찾으니 점장이 인사를 한다. 그는 “개인 사업자가 하는 대리점이 아니고 본사 직영 대리점”이라며 “임대료 문제는 본사에 문의하라”고 말한다.
상징적 상권…적자지만 수요 꾸준
조금 더 걸으니 강남역이다. 결국 신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 700m가 넘는 거리에서 대로변을 면하고 있는 1층 매장 중에 개인 상점으로 보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길 건너편 롯데시네마 쪽 사정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뉴욕제과 뒤쪽 이면도로로 들어가 본다. 식당·술집·노래방 등이 즐비하다. 거리엔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갔다. B공인 김모 대표에게 임대료가 얼마나 올랐는지 물었다. 그는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평균적으로 지난해 대비 20~30% 정도 올랐다”고 대답했다. 권리금이 내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며 “권리금 역시 올랐다”고 밝혔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강남역 상권은 강남역을 중심으로 크게 3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강남대로를 따라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이어지는 상권, 테헤란로를 따라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뻗어있는 상권, 강남역에서 뱅뱅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상권 등이다. 이 중에서도 전통적인 핵심 상권은 강남역~신논현역 상권이다. 강남역~뱅뱅사거리 상권은 2008년 삼성타운 입주 이후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강남역~신논현역 상권의 임대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로변과 이면도로를 나눠 살펴야 한다. 이 두 지역은 업종뿐만 아니라 임대 방식에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로변 1층 매장은 권리금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뉴욕제과 뒤쪽과 롯데씨네마 뒤쪽의 이면도로 상가들은 억대의 권리금이 붙어 있다. 주로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요식업소들이다.
대로변 매장은 권리금이 없는 대신 엄청난 임대료가 버티고 있다. 최근 시세에 따르면 임대료가 매매가 대비 70%에까지 이른다. 3.3㎡(1평)당 보증금이 2000만~4000만 원, 월세는 200만 원 수준이다.
최근 임대 계약을 체결한 두 매장이 이 지역 임대료 수준을 잘 보여준다. 뉴욕제과 인근의 한 1층 매장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유명 커피숍 프랜차이즈에서 최근 론칭한 브랜드 B커피숍이 입점할 예정이다. 실평수가 165㎡(50평) 정도 되는데 보증금 12억 원에 월세 1억2000만 원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씨네마 옆에 자리한 A스포츠 매장은 실면적이 160㎡(48평) 정도 되는데 보증금 20억 원에 월세 1억2000만 원으로 계약하고 영업 중이다.
김 대표는 “대로변 매장은 5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임대료는 특약을 통해 매년 얼마씩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5년 동안 임대료가 고정되기도 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률을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최근 눈에 띄게 많이 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임대료가 오르는 데도 입점하려는 업체는 줄을 서있다고 한다. 거의 100% 프랜차이즈 본사다. 담당 직원이 평소에 임대차 기간 만료 시점을 파악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직접 건물주에게 제안한다. 건물주는 여러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점하는 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이런 천문학적인 임대료를 내고도 수익을 낼 수 있을까. K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대로변 매장의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 원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정도 임대료라면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홍보를 위해 본사 직영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안테나숍이나 플래그십 스토어 개념이다. 그는 “왕복 10차로를 오가는 수많은 차량과 유동인구, 강남역이라는 상징성이 어울려 그만큼의 효과를 보기 때문에 대기업이 앞다퉈 자리를 확보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확장 불가능한 지역 환경
점심시간이 지나고 손님이 뜸할 무렵 이면도로 식당과 주점, 노래방 등을 둘러봤다. 갈빗집을 운영 중인 L 씨는 “장사가 조금이라도 잘된다 싶으면 계약 연장할 때 여지없이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한다”며 “한 번 올라간 임대료는 장사가 안 된다고 다시 내려가는 법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건물주끼리 모임을 가지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임대료를 올리면 다른 곳으로 물결 타듯이 퍼진다”고 말했다.
업주들과 중개업소의 말을 종합하면 이면도로 상권은 3.3㎡당 1000만~2000만 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50㎡(15평)짜리 식당이라도 할라치면 권리금으로만 1억5000만~3억 원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롯데씨네마 뒤쪽에 있는 약 130㎡(40평)짜리 식당은 최근 권리금이 무려 9억 원에 거래됐다. 강남역 지역은 원래 권리금이 비쌌지만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3.3㎡당 30만 원 하던 월세는 40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좋은 자리는 80만~100만 원에 이른다. 66㎡(20평)짜리 작은 식당 하나를 하려고 해도 2000만 원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강남역 일대의 임대료가 이렇게 오르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공급이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에 이르는 중심 상권은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하다. 대로변은 고정돼 있고 이면도로 또한 뉴욕제과 뒤쪽으로 서초초등학교가 있어 업종이 제한적이고 롯데씨네마 뒤쪽은 상업지역이 넓지 않다.
반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로변 매장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진출이 늘면서 수요자끼리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로변의 임대료 인상은 일정 부분 이면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면도로 자체 수요 또한 늘고 있다. 신규 창업보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수요가 많다.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 이후 오피스 상권에서 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분당선 개통, 삼성타운 입주 등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도 업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강남대로를 뒤로하고 깔끔하게 새로 단장한 강남역 지하보도를 내려가는데 “힘겹게 장사해 결국 건물주 배만 불리고 있는 꼴”이라는 한 음식점 주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신사동 가로수길
작은 옷가게에서 대형 의류 매장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임대료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기도 싫다는 투였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반응도 비슷했다. 가로수길 초입 지하에 있는 문구점에 들어가 볼펜을 한 자루 사며 넌지시 물어봤다. 이곳에서 오래 장사했다는 주인 부부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길 건너편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도 임대료를 올려주지 못해 나갔어요. 800만 원 내던 사람에게 2000만 원 내라고 하면 나가라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손바닥만 한 옷가게도 권리금이 1억5000만 원까지 해요. 최근에 2~3배 정도 뛴 것 같아요.”
한 부동산업소에 들어가 “커피숍을 하려고 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있는지” 물어봤다. 주인은 힐끗 보더니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메인 도로는 쳐다보지도 마세요. 100㎡(30평) 정도면 권리금으로 10억 원은 줘야 합니다. 이면도로쪽도 3억 원은 있어야 하고요.” 임대료 폭등은 이미 이면도로까지 퍼져 있었다. 메인 도로에는 나와 있는 물건도 없다고 했다.
최근 강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가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도산대로 기업은행 신사동지점에서 압구정로로 이어지는 약 650m의 왕복 2차로가 가로수길이다. 수년 전부터 작은 옷가게와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입소문을 타고 강남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는가 싶더니 이젠 대형 의류 매장과 대형 카페가 그 자리를 차지하며 속속 들어오고 있다. 덩달아 임대료는 2~3배나 껑충 뛰었다. 상인들은 가로수길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형영 객원기자 haandle@gmail.com
한참을 걸어가니 간판에 핸드메이드 화장품이라고 쓰인 작은 매장이 눈에 띈다. 이 정도면 개인 상점이 아닐까. 안에 들어가 둘러보니 손님은 없고 직원 서너 명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사장인 듯한 여성에게 취재 의도를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 여성은 “본사에 연락하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개인 업주일 것이라는 추측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래도 개인 업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휴대전화 대리점이 보인다. 규모는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다. 사장을 찾으니 점장이 인사를 한다. 그는 “개인 사업자가 하는 대리점이 아니고 본사 직영 대리점”이라며 “임대료 문제는 본사에 문의하라”고 말한다.
상징적 상권…적자지만 수요 꾸준
조금 더 걸으니 강남역이다. 결국 신논현역에서 강남역까지 700m가 넘는 거리에서 대로변을 면하고 있는 1층 매장 중에 개인 상점으로 보이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길 건너편 롯데시네마 쪽 사정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뉴욕제과 뒤쪽 이면도로로 들어가 본다. 식당·술집·노래방 등이 즐비하다. 거리엔 점심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아갔다. B공인 김모 대표에게 임대료가 얼마나 올랐는지 물었다. 그는 “위치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평균적으로 지난해 대비 20~30% 정도 올랐다”고 대답했다. 권리금이 내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며 “권리금 역시 올랐다”고 밝혔다.
서울의 대표 상권인 강남역 상권은 강남역을 중심으로 크게 3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강남대로를 따라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으로 이어지는 상권, 테헤란로를 따라 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뻗어있는 상권, 강남역에서 뱅뱅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상권 등이다. 이 중에서도 전통적인 핵심 상권은 강남역~신논현역 상권이다. 강남역~뱅뱅사거리 상권은 2008년 삼성타운 입주 이후 유동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강남역~신논현역 상권의 임대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로변과 이면도로를 나눠 살펴야 한다. 이 두 지역은 업종뿐만 아니라 임대 방식에서도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로변 1층 매장은 권리금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뉴욕제과 뒤쪽과 롯데씨네마 뒤쪽의 이면도로 상가들은 억대의 권리금이 붙어 있다. 주로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요식업소들이다.
대로변 매장은 권리금이 없는 대신 엄청난 임대료가 버티고 있다. 최근 시세에 따르면 임대료가 매매가 대비 70%에까지 이른다. 3.3㎡(1평)당 보증금이 2000만~4000만 원, 월세는 200만 원 수준이다.
최근 임대 계약을 체결한 두 매장이 이 지역 임대료 수준을 잘 보여준다. 뉴욕제과 인근의 한 1층 매장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유명 커피숍 프랜차이즈에서 최근 론칭한 브랜드 B커피숍이 입점할 예정이다. 실평수가 165㎡(50평) 정도 되는데 보증금 12억 원에 월세 1억2000만 원으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씨네마 옆에 자리한 A스포츠 매장은 실면적이 160㎡(48평) 정도 되는데 보증금 20억 원에 월세 1억2000만 원으로 계약하고 영업 중이다.
김 대표는 “대로변 매장은 5년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임대료는 특약을 통해 매년 얼마씩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5년 동안 임대료가 고정되기도 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률을 한마디로 단정 짓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최근 눈에 띄게 많이 오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임대료가 오르는 데도 입점하려는 업체는 줄을 서있다고 한다. 거의 100% 프랜차이즈 본사다. 담당 직원이 평소에 임대차 기간 만료 시점을 파악하고 있다가 때가 되면 직접 건물주에게 제안한다. 건물주는 여러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낙점하는 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이런 천문학적인 임대료를 내고도 수익을 낼 수 있을까. K부동산컨설팅 관계자는 “대로변 매장의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 원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정도 임대료라면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수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홍보를 위해 본사 직영으로 매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안테나숍이나 플래그십 스토어 개념이다. 그는 “왕복 10차로를 오가는 수많은 차량과 유동인구, 강남역이라는 상징성이 어울려 그만큼의 효과를 보기 때문에 대기업이 앞다퉈 자리를 확보하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확장 불가능한 지역 환경
점심시간이 지나고 손님이 뜸할 무렵 이면도로 식당과 주점, 노래방 등을 둘러봤다. 갈빗집을 운영 중인 L 씨는 “장사가 조금이라도 잘된다 싶으면 계약 연장할 때 여지없이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한다”며 “한 번 올라간 임대료는 장사가 안 된다고 다시 내려가는 법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건물주끼리 모임을 가지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에 한 곳에서 임대료를 올리면 다른 곳으로 물결 타듯이 퍼진다”고 말했다.
업주들과 중개업소의 말을 종합하면 이면도로 상권은 3.3㎡당 1000만~2000만 원까지 시세가 형성돼 있다. 50㎡(15평)짜리 식당이라도 할라치면 권리금으로만 1억5000만~3억 원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롯데씨네마 뒤쪽에 있는 약 130㎡(40평)짜리 식당은 최근 권리금이 무려 9억 원에 거래됐다. 강남역 지역은 원래 권리금이 비쌌지만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해 3.3㎡당 30만 원 하던 월세는 40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좋은 자리는 80만~100만 원에 이른다. 66㎡(20평)짜리 작은 식당 하나를 하려고 해도 2000만 원의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강남역 일대의 임대료가 이렇게 오르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공급이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에서 신논현역에 이르는 중심 상권은 더 이상 확장이 불가능하다. 대로변은 고정돼 있고 이면도로 또한 뉴욕제과 뒤쪽으로 서초초등학교가 있어 업종이 제한적이고 롯데씨네마 뒤쪽은 상업지역이 넓지 않다.
반면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로변 매장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진출이 늘면서 수요자끼리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로변의 임대료 인상은 일정 부분 이면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면도로 자체 수요 또한 늘고 있다. 신규 창업보다 다른 지역에서 유입되는 수요가 많다. 주5일 근무제 전면 실시 이후 오피스 상권에서 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분당선 개통, 삼성타운 입주 등으로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도 업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강남대로를 뒤로하고 깔끔하게 새로 단장한 강남역 지하보도를 내려가는데 “힘겹게 장사해 결국 건물주 배만 불리고 있는 꼴”이라는 한 음식점 주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신사동 가로수길
작은 옷가게에서 대형 의류 매장으로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만난 상인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임대료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기도 싫다는 투였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반응도 비슷했다. 가로수길 초입 지하에 있는 문구점에 들어가 볼펜을 한 자루 사며 넌지시 물어봤다. 이곳에서 오래 장사했다는 주인 부부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길 건너편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도 임대료를 올려주지 못해 나갔어요. 800만 원 내던 사람에게 2000만 원 내라고 하면 나가라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손바닥만 한 옷가게도 권리금이 1억5000만 원까지 해요. 최근에 2~3배 정도 뛴 것 같아요.”
한 부동산업소에 들어가 “커피숍을 하려고 하는데 마땅한 자리가 있는지” 물어봤다. 주인은 힐끗 보더니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메인 도로는 쳐다보지도 마세요. 100㎡(30평) 정도면 권리금으로 10억 원은 줘야 합니다. 이면도로쪽도 3억 원은 있어야 하고요.” 임대료 폭등은 이미 이면도로까지 퍼져 있었다. 메인 도로에는 나와 있는 물건도 없다고 했다.
최근 강남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가 신사동 가로수길이다. 도산대로 기업은행 신사동지점에서 압구정로로 이어지는 약 650m의 왕복 2차로가 가로수길이다. 수년 전부터 작은 옷가게와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입소문을 타고 강남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 잡는가 싶더니 이젠 대형 의류 매장과 대형 카페가 그 자리를 차지하며 속속 들어오고 있다. 덩달아 임대료는 2~3배나 껑충 뛰었다. 상인들은 가로수길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박형영 객원기자 haand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