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온리(현물 매수) 방식의 기존 상품 모델은 한계에 봉착했다. 파생상품과 구조화상품 등 미래형 상품으로 진검승부를 벌이겠다.”(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이대로 가면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전사적 혁신을 해야 한다.”(김신 현대증권 사장)

5일 ‘증권사 주총데이’를 끝으로 올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증권사 사령탑을 맡게 된 CEO들의 취임 일성은 한결같이 ‘위기극복’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수료 경쟁, 시장 규제 강화 등 일련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상품 개발, 은퇴자산 선점, 스마트 금융시장 주도권 확보 등을 경영 화두로 내세웠다.

황성호 사장은 5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지은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롱쇼트(저평가 주식 매입, 고평가 주식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거나 신용, 통화, 원자재 등을 활용하는 상품을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군 다양화를 위해 해외 금융사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내비쳤다. 황 사장은 “투자은행(IB), 트레이딩, 헤지펀드 등 상품 제조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가진 해외 증권사가 있다면 적극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석 삼성증권 사장도 이날 주총을 마친 후 “상품 개발을 통한 고객 기반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적 성장이 예상되는 초고액 자산가 시장과 은퇴시장을 선점해 자산관리 시장에서 독보적 위상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한 금융 상품 소개나 솔루션 제공 수준으로는 이들을 끌어당길 수 없다”며 “상품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하는 이른바 재무 아티스트(Financial Artist)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4월 취임한 김신 현대증권 사장은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품질 경영’을 강조했다. 상품 개발에서부터 판매, 애프터서비스(AS)에 이르기까지 증권사의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재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현대증권이 투자할 수 없는 상품은 고객에게도 권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벽한 AS 시스템을 만들어 한번 상품을 팔면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사 CEO들은 향후 스마트 금융(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활용한 투자) 시장 선점에 대한 포부도 앞다퉈 밝혔다. 5일 주총에서 미래에셋증권 각자대표로 선임된 변재상 대표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환경에 맞춰 과감한 투자로 스마트 비즈니스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임에 성공한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도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금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기존 온라인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며 “동부증권의 새로운 성장 교두보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날 동부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IBK투자증권 등은 각각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원 선임, 결산기 변경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7일 주총을 열어 유상호 사장의 연임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KDB대우증권도 오는 29일 주총을 열어 임기영 사장의 후임으로 김기범 전 메리츠증권 사장을 선임한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를 마친 증권사들은 모두 정관 변경을 통해 2014년부터 12월 결산법인으로 바뀌게 된다.

고경봉/오상헌/조진형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