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공포에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은행 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등 상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최근 한 달간 그리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등 유럽 재정위기 우려와 기대에 못 미친 G2(미국·중국) 경기 여파로 9% 넘게 급락했다.

이에 증시 자금 흐름도 눈에 띄게 위축됐다.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유가 및 코스닥 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5조408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7조6178억원에서 4월 6조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5조원대로 후퇴한 것이다.

아울러 시중 자금들은 은행 예금과 MMF(머니마켓펀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거나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상품들로 유입되고 있다. 대외 변수 불안으로 원금 보전 심리와 관망 기조가 확산된 결과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예금은행의 실세총예금 잔액은 920조770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12조6305억원 증가했다. 4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5월 들어 재차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이 10조7324 늘면서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통예금 등 요구불 예금은 1조8981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금이 용이한 MMF와 CMA로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4일자 MMF 규모는 66조3153억원을 기록해 지난달 말보다 2조3589억원 늘었다. CMA 잔액 역시 8777억원이 추가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며 은행 예금과 CMA, MMF로 일부 자금 이동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며 "다만 CMA와 MMF의 경우 증시 대기자금으로 간주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증시가 재차 반등할 경우 수급상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증시 침체 여파로 최근 기업들의 IPO(기업공개)와 유상증자 등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부침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기업의 IPO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진행된 유상증자 규모 역시 1175억원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83.1% 급감했다.

증시 부진과 함께 IPO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된 것이다. 공모가격이 낮아지면서 상장을 통해 조달하려던 자금 규모가 축소될 수 있어 상장 주관 계약을 맺은 기업들이 계획을 연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올해 1~5월 이뤄진 IPO 규모는 2032억원을 기록, 작년 같은 기간(9991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부진한 증시 흐름에 같은 기간 유상증자 규모도 87.8%나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도 10개월 만에 10조원을 하회하는 등 위축됐다. 저금리 기조 지속과 수요예측제도 도입 등이 회사채 발행 부진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집계한 5월 회사채 전체 발행 규모는 9조7618억원으로 전월 및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7.5%, 24.2%씩 줄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유상증자, IPO 등 기업자금 조달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대외 불안을 고려하면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며 "증시는 경기의 선행지수인 만큼 코스피지수가 바닥권을 모색한 후 추가적인 반등이 진행되기 위해선 세계 경기에 대한 신뢰가 돌아와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