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마르세유 북서쪽에 있는 인구 3만명의 작은 마을 오랑주. 해마다 7~8월이 되면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의 야외 음악당으로 몰려든다. 로마 초대 황제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의 아이디어로 지은 이 음악당에서는 1869년 프랑스 작곡가 메윌의 오페라 ‘요제프’가 공연됐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제의 시작이었다.

이 야외 음악당의 대표 레퍼토리로 사랑받아온 푸치니 ‘라 보엠’이 올여름 한국을 찾는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서울시향이 연주하고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주인공 미미 역을 맡아 8월28일과 30일, 9월1일과 2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연한다. 연세대 노천극장은 한번에 7300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고 무대 폭도 43.5m로 오랑주 극장(8500석·65m)과 비슷하다.

이번 ‘라 보엠’ 공연은 마이크와 스피커를 쓰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연된 푸치니 ‘투란도트’, 잠실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라 보엠’ 등이 야외에서 공연됐지만 모두 마이크와 스피커, 대형 스크린 등을 활용했다. 연출가 나딘 뒤포는 “건축 음향만 활용해 소리를 객석 끝까지 전달하려고 한다”며 “공연 장소를 살펴봤는데 야외 오페라를 하기에 훌륭한 장소”라고 말했다.

여름 야외 오페라 무대에는 습도와 온도를 고려해 특수 소재를 활용한 의상과 무대장치가 쓰인다. 무대 디자이너 엠마누엘 파브르는 “7월 오랑주에서 쓰는 무대와 세트 등을 그대로 가져올 예정”이라며 “프랑스 특유의 지붕 연출을 관심있게 봐달라”고 했다.

주인공 미미 역은 세계 3대 소프라노로 손꼽히는 안젤라 게오르규와 이탈리아 소프라노 피오렌차 체돌린스가 맡는다. 게오르규는 1992년 데뷔 무대에서 미미 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스페인과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는 체돌린스 역시 지난해 베로나 아레나, 올해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미미 역으로 호평받았다. 로돌포 역은 13세 때 라 스칼라 극장 역사상 최연소 테너로 데뷔한 후 ‘꼬마 파바로티’로 불려온 비토리오 그리골로가 맡는다.

지난 4월 국립오페라단 창단 50주년 기념 오페라 때 ‘라 보엠’을 연주했던 서울시향과 정 감독은 이번에도 80명의 오케스트라가 모두 참여해 수원시립합창단, PBC 소년소녀합창단과 호흡을 맞춘다.

제작사 ADL의 임영근 대표는 “연세대 노천극장은 숲 속의 무대인 데다 잔디 계단이 1999년 대리석으로 바뀌어 좋은 음향을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닫힌 공간에서의 감상이 아닌 축제로서 오페라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제작비는 50여억원. 오는 19일부터 예매한다. (02)548-3448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