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도 없는데 결제" 신종 모바일 사기 급증
김모씨(35·서울 신정동)는 최근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훑어보다 ‘성인용 화보 모바일서비스 이용료’로 990원이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다 싶어 지난 몇개월치 사용내역을 살펴보자 매달 같은 곳에서 요금이 청구된 사실을 확인했다. 박모씨(42·경기 고양시)는 모르는 사람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를 클릭했다가 2990원이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피해를 당했다.

휴대전화를 통한 소액결제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금액이 적은 데다 허위결제가 의심되어도 확인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길어 중도 포기하는 휴대전화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악용한 지능 범죄다.

○슬그머니 빠져나간 ‘990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봉석)는 휴대전화 사용자 2만2000여명을 상대로 모바일서비스를 이용한 것처럼 꾸며 요금을 청구, 2억87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D사 대표 김모씨(29)를 구속 기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공범인 김모씨(33·무직)를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이모씨(39·웹프로그래머)에 대해 지명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대표와 이씨는 사업자와 결제대행사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조작, 2011년 1월부터 최근까지 결제대행사에 허위 정보를 송부했다. 이들은 1000원 미만 소액결제는 SMS 통보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했다. 피해자들이 결제대행사 등을 통해 이용내역을 확인하는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도 악용했다. 피해자가 이동통신사에 허위결제 사실을 요청하면 이동통신사는 결제대행사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결제대행사는 다시 해당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동의를 얻고 연락처를 알려준다. 검찰 관계자는 “환불절차가 복잡해 환불을 포기한 피해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범행은 주로 김씨가 운영하는 성인용 화보 업체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들 가운데 허위 결제 사실을 알아채고 이의를 제기해오면 합의금 명목으로 돈을 줬다. 때로는 “예전에 우리 성인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느냐”며 수치심을 줘 항의를 무마하기도 했다.

○문자메시지 통한 사기도 판쳐

최근 검찰에 구속된 박모씨(49)는 휴대전화 이용자 4만여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억대의 정보이용료를 챙긴 혐의(사기)다. 박씨는 지난 1월 휴대전화 이용자들에게 ‘회원님이 보내온 사진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뒤 수신자가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는 순간 2990원의 정보이용료를 챙겼다. 박씨는 이렇게 유료정보서비스를 악용해 7개월 만에 1억20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3월 구속된 모바일서비스 사업자 이모씨(45)는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잘못 누르기 쉬운 단축번호나 전화번호를 확보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섹시화보’ 등 유료콘텐츠로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역시 한 번에 2990원의 이용료를 챙겨 90만회에 걸쳐 35억원을 가로챘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잘 챙겨보지 않는 3000원 미만 소액 결제 관련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며 “모든 소액결제도 이동통신사들이 사용자에게 결제내역을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