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면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난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는 집안일 분담하기다. 맞벌이 부부는 실제 자신이 집안일을 얼마나 한다고 생각할까. 캐나다 워털루대의 로스 교수와 시콜리 교수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설거지나 쓰레기 버리기 같은 집안일에 대해 몇 %나 담당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가 재미있다.

부부의 답변을 더해 평균을 구해 보니 140%에 가까웠던 것. 이 답변을 그대로 믿는다면 응답자들의 집안은 항상 깨끗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한다는 것이다. 자기기여도를 과도하게 주장하는 이 현상은 부부간에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기기여도에 대해 정직하지 못한 것일까. 이에 대해 행동경제학자들은 정직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자기위주편향(self-serving bias), 즉 자기위주로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자기기여도를 실제보다 높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기기여도에 대한 과도한 주장은 기업에서는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제휴를 추진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베이저먼 하버드대 교수는 많은 제휴가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를 과도한 자기기여도 주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기여도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에 공동프로젝트에 파견하는 인력은 최우수 인력이 아니라 평균이나 그 이하 수준의 직원을 내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 내부의 조직 간 협업의 경우에도 이런 상황은 나타난다. 역시 최고 인재는 자기 부서의 핵심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평범한 인력을 협업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 내부 실적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과도한 자기기여 주장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내는 매출에는 많은 부서가 관여할 수밖에 없다. 개발부서, 구매부서, 생산부서, 관리부서, 영업부서 등 각 부서는 자기 부서의 기여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아가 부서 내에서 직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부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각자 생각하는 기여도는 실제보다 더 크게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시 일반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의견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미리 내부적으로 평가를 위한 기준을 정해 놓는다. 부서 내에서도 부서장이 자신이 정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직원들은 이에 따른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시하면 회사에서 밀려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에,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마음 속으로 불만을 쌓아두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기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기면 자기기여도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인재들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자기기여도에 대해 과도하게 주장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베이저먼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하버드경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험에 힌트가 있다. 실험에서 학생들이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도록 하고 공동과제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그룹에서 과제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적어 제출하도록 했다. 학생들이 답한 기여도를 합해 보니 역시 평균이 139%에 달했다.

베이저먼 교수는 다른 클래스의 학생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기여도를 제시하도록 했다. 먼저 자신을 포함한 스터디그룹 전원의 기여도를 평가하도록 한 것. 그 결과를 모아 각자가 주장하는 자신들의 기여도만을 합해 보니 120%라는 결과가 나왔다. 다른 구성원들의 기여도를 고려해 평가하도록 만드는 방법은 자기기여도 과장현상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었다.

정리하자면 기업은 과도한 자기기여도 주장에 대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과도하게 자기기여도를 주장하는 부서 책임자나 부하직원을 정직하지 못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기위주 편향의 희생자일 뿐이다. 더불어 과도한 자기기여도 주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의 기여도도 같이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역지사지를 통해 다른 부서나 동료직원들의 기여도를 같이 평가하게 한다면 자기기여도 주장을 아예 없앨 수는 없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로써 부서 간이나 동료 간의 오해를 크게 감소시켜 갈등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성과 향상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