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이 8일 이사회를 열어 한화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2대 주주(지분율 24.75%)인 예금보험공사가 반대 입장을 고수,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1·2대 주주 간 표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한생명은 이사회에서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꾸는 안건을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다. 7명의 이사 중 예보 측 2명을 제외한 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지 10년 만에 ‘숙원’을 풀 수 있는 최대 호기란 계산이다. 현재 한화그룹 산하 금융계열사 7곳 중 ‘한화’ 이름을 쓰지 않는 곳은 대한생명밖에 없다.

무엇보다 대한생명 인수 과정의 적법성을 놓고 집요하게 추궁해온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를 떠난 점이 사명 변경을 적극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사명 변경에 비판적이던 이승우 예보 사장 역시 지난달 퇴임했다.

하지만 예보는 이날 이사회 직전 “대한생명의 브랜드 가치가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분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화생명이란 이름이 더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사명 변경이 최종 확정되려면 주총에서 주주의 70%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한화 쪽 지분은 한화건설 24.88%, 한화 21.67%, 우리사주조합 4.15% 등으로 50.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소액주주 지분이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주총 때까지 예보 등 주주들을 대상으로 사명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