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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부작란(不作蘭)-벼루에게 作 이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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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부작란(不作蘭)-벼루에게

    이근배


    다시 대정(大靜)에 가서 추사를 배우고 싶다

    아홉 해 유배살이 벼루를 바닥내던

    바다를 온통 물들이던 그 먹빛에 젖고 싶다



    획 하나 읽는 줄도 모르는 까막눈이

    저 높은 신필을 어찌 넘겨나 볼 것인가

    세한도(歲寒圖) 지지 않는 슬픔 그도 새겨 헤아리며



    시간도 스무 해쯤 파지(破紙)를 내다보면

    어느 날 붓이 서서 가는 길 찾아질까

    부작란 한 잎이라도 틔울 날이 있을까



    70 평생 열 개의 벼루를 갈아 없애고 1000자루의 붓을 다 닳게 했던 추사 김정희. 제주도 대정골에서 9년간 귀양 살던 그에게 바다는 온통 먹빛이었을 겁니다. 그 외롭고 쓸쓸한 적소(謫所)의 어둠을 뚫고 그는 붓을 세 번 꺾어 난을 치는 ‘부작란(不作蘭)’을 그린 뒤 ‘세한도(歲寒圖)’와 함께 문인화의 정수로 꼽히는 이 작품을 완성한 후 ‘난을 안 그린 지 스무 해 만에 우연히 그렸더니 천연의 본성이 드러났다’고 적었습니다. 난을 그리고도 그것을 그리지 않았다고 제목 붙인 ‘신필’의 경지를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만,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 잣나무의 시들지 않는 푸르름을 알 수 있다’던 세한도의 정신처럼 우리도 한 20년쯤 ‘시간의 파지’를 내다보면 ‘붓이 서서 가는’ 명철의 경계를 넘겨나 볼 수 있을지, 시인의 소망처럼 ‘부작란 한 잎이라도 틔울 날’이 있을지….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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