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8일 오전 10시35분 보도


한진그룹의 최대 약점은 경기변동에 민감한 사업 구조다. 그룹 역량이 운송업에 집중된 탓에 영업실적이 운송업황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투자는 재무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해상·항공 운송 수요가 크게 줄었다. 그룹의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대규모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그러다 보니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실적 부진, 투자부담 확대, 차입금 증가, 재무위험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당분간 주채권은행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재무약정)을 졸업하기 어렵겠지만 이대로라면 졸업하더라도 문제”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한지붕 두 가족’ 계열 분리 과제

한진그룹의 두 축은 대한항공한진해운이다. 대한항공은 창업주의 장남인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은 셋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사실상 독자경영을 하고 있지만 상호 지분 정리를 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같은 그룹으로 간주된다.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 분리를 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상호 보유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최 회장은 계열분리에 적극적이지만 조 회장은 시기상조로 판단하고 있다.

◆5000억원 손실 낸 한진해운

한진그룹 자산과 매출의 80% 이상은 주력 계열회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에서 나온다. 외화차입 비중이 높고 환율·국제유가 등 대외변수에 민감한 특징이 같아 계열회사 간 보완효과는 거의 없다. 대한항공의 시설투자와 한진해운의 수익성 악화가 맞물리면서 그룹의 총차입금은 작년 하반기 2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한진해운은 2010년 하반기 이후 컨테이너 업황이 침체돼 작년 5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운임 하락에 유가 상승까지 겹쳐서다. 올해 1분기에도 2275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06년 이후 계속된 시설투자도 문제다. 한진해운은 영업현금창출능력을 넘어선 투자를 지속했다. 그러다 보니 차입금이 늘어났다. 작년 말 장부상 총차입금(개별 기준)은 7조3000억원이다. 장기용선료 5조7000억원을 더하면 13조원대에 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인도가 예정된 선박이 15척이다. 발주금액으로는 12억6000만달러(약 1조4850억원)에 이르고 있어 당분간 차입금 증가가 계속될 전망이다.

◆부채비율 800% 넘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세계 항공운송 경기는 2010년을 정점으로 둔화 추세다. 작년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연료비 부담이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영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06년 이후 대규모 항공기 도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져 작년 말 현재 800%를 웃돌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A0로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두 단계나 높지만 재무안정성 지표는 더 나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무약정의 딜레마

한진그룹은 2009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약정을 체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당분간 재무약정 졸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약정에서 벗어나더라도 현재 상태라면 “또다시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변정혜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부채비율이 높은 그룹부터 시장에서 소외된다”며 “경기변동에 민감한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계획을 세우고 추가 자산매각으로 유동성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