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얼굴)은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관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해 외환 부문과 재정 건전성 등 경제 체질이 강화돼 금융·외환시장을 통한 직접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11일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재정 확대는 “현재로선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는 18~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국내외 유력 언론 6개사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에는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해 미국 블룸버그통신, 일본 요미우리신문, 영국계 로이터통신, 프랑스 르 피가로, 멕시코 엘레포르마 등이 참여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유럽연합(EU)의 대응에 따라 상황이 장기화하고, 세계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어 염려된다”면서도 “여러 면에서 2008년에 비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낫기 때문에 (위기를) 관리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외부 요인 때문에 어려운 만큼 당장 재정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추경을 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이 늘고 있어 추경을 할 수 있는 (법적) 요건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2008년 개정된 현행 국가재정법은 추경을 대량실업 사태나 심각한 재정위기 등에만 편성할 수 있도록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또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유럽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빠져 나갈 가능성에 대해 “외국인 자금 유출입이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고,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며 “자본 유출입을 제한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가 경제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채의 구성과 건전성 등을 감안할 때 위험 수준은 아니며,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북한 정세와 관련, “김정은 체제는 표면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며 “그러나 핵개발 중지뿐 아니라 인권과 민주주의 등 당면한 문제가 많다. 이런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지 여부는 아직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해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에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며 “군사적 도발시에는 즉각적으로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이런 방침은 중국을 통해 북한에도 공식 통보했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이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한·일 관계를 아주 직선적으로 표현하면 일본은 가해자이고, 한국은 피해자 입장”이라며 “가해자인 일본은 정말 진정성과 용기가 필요하고, 한국은 관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노다 총리를 만났을 때 (종군위안부 관련) 여러 제안을 했는데도 지금까지 한발짝도 진전이 없다”며 “법률적인 것 말고도 인도주의적 조치는 일본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이 이런 역사를 뛰어넘기 위해선 크게 보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