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18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커피공장을 짓고 동서식품과 본격적인 ‘커피전쟁’에 나선다.

남양유업은 전남 나주시 금천면 10만5000㎡ 부지에 연면적 2만6400㎡ 규모의 커피믹스 공장을 건설해 내년 10월부터 가동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공장이 완공되면 남양유업은 연간 커피믹스 50억개에 해당되는 7200t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

남양유업은 투자비 1800억원 전액을 차입금 없이 순수 사내 유보금만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사진)는 공장 기공식에서 “기존 커피회사들은 미국에 매년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왔지만 남양은 국내 토종 커피기업”이라며 “이 비용을 아껴 국내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내 커피품질을 올리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국내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50%를 예상하고 공장을 설계해 커피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나주공장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고 시장 1위인 동서식품을 맹추격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양유업이 2010년 12월 프렌치카페 제품을 첫 출시하면서 ‘화학합성물인 카제인나트륨을 빼고 무지방우유로 맛을 냈다’는 광고를 두고 양사는 커피믹스 전쟁을 시작했다. 1조1000억원 규모의 커피믹스 시장에서 동서식품은 ‘맥심’을 내세워 수십년째 독과점 체제를 굳혀왔지만, 남양유업이 1년6개월 만에 주요 대형마트에서 점유율 20% 가까이 치고 올라오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최재호 남양유업 홍보팀장은 “미국 독일 스페인 등에 30여명의 전문가를 파견해 커피공장 생산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며 “커피의 맛과 향을 원산지와 동일한 수준으로 지킬 수 있는 원스톱 입체 원두가공 시스템 등 최신식 설비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의 매출에서 커피가 차지하는 비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커피매출이 분유매출을 앞지르기 시작해 올 1분기에는 커피매출 751억원, 분유매출 516억원으로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나주공장 건설로 남양유업이 우유업체에서 커피업체로 변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내놓고 있다. 올 1분기 매출비중은 분유가 16.7%였고, 커피는 24.2%였다. 나머지는 흰우유와 17차 등이다.

남양유업은 연생산 2700t 규모의 공주, 천안공장은 내수제품 중심으로, 나주공장은 수출제품 위주로 가동해 시설을 이원화할 계획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5월부터 미국 호주 캐나다 카자흐스탄에 커피믹스 수출을 시작했다. 최 팀장은 “그동안 국내 매출이 급증해 수출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며 “내년부터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면 해외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