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다음주 멕시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11일 한국경제신문 등과의 특별 인터뷰에서 유로존 위기에 대해 “(한국 경제는) 2008년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이 낫다”며 “한국은 국가신용도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위기가 장기화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위기를 관리할 수 있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어느 나라보다도 가장 빨리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과도한 불안심리에 빠지는 게 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로존 위기의 충격을 2008년 리먼 쇼크와 비교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의 성장과 교역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단기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컸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를 통해 재정 확대, 보호무역조치 동결, 금융규제개혁 등의 정책 공조를 함으로써 세계 경제가 깊은 불황에 빠지는 걸 막고 위기를 조기 극복할 수 있었다. 이번 유럽발(發) 위기는 미국이 플러스 성장을 하고 세계 교역도 증가하고 있어 일시적 충격은 적지만, 유럽연합(EU)의 대응 여하에 따라 상황이 장기화되고 세계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어 염려된다. 특히 선진국의 재정 대응 여력이 크지 않아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각국의 정책공조 여하에 따라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리 경제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정도에 따라 한국의 성장과 수출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08년에 비하면 외환부문과 재정건전성 등 경제의 체질이 강화돼 금융외환시장을 통한 직접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유럽계 투자자금의 한국 이탈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아 투자자금 유출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본 유출입을 제한할 계획은 없다. 현재의 외국인자금 유출입은 시장 불균형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특히 채권시장에서는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유로존 국가들의 대응이 적절하다고 보나.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치권기업노조국민들의 이해와 협력도 수반돼야 한다. 한국의 경우 (외환위기 때) 정부의 의지도 강했지만 온 국민이 합심 협력했기 때문에 빠른 위기 극복이 가능했다. 그리스는 그리스 자체의 구조조정 노력이 우선돼야 하지만 한국과 달리 유로존 회원국으로서 단일통화를 쓰고 있어 통화환율정책에 제약이 있으므로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들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선 G20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유로존 내 위기로서 유로존 국가들이 주도해 위기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는 작년 프랑스 칸에서 G20 정상들이 이미 지적한 사항이다. G20 차원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의 방화벽 강화 등을 통해 유로존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오고 있다.”

▷오는 18~19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선 어떤 위기 대응책이 논의되나.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세계 경제의 안정과 성장 회복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다. 유로지역의 성장과 긴축 간의 적절한 정책 조합에 대해 협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유로존 국가들은 단기적으로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도 인기가 없을 수 있지만 구조 개혁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유로존 내 불균형 완화를 위한 조정 방안과 재정·금융통합 등 유럽의 보다 완전한 통합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