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붕괴’ ‘대형 건설사의 몰락’.

최근 일본 언론과 건설전문잡지에 툭하면 등장하는 문구다. 일본에선 20년 전부터 시작된 자국의 건설공사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건설산업이 침몰하고 있다.

국토교통성이 발간한 2010년 국토교통백서에 따르면 공공과 민간의 건설투자액은 20년 사이 반토막났다. 2010년 건설투자액은 41조엔(약 753조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2년(84조엔)에 비해 약 52% 정도 줄었다. 56조엔에 달했던 민간건설 투자는 27조엔으로 급감했고, 35조엔까지 늘었던 공공건설 투자도 14조엔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건설 투자가 급감한 것은 일본 건설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유럽 건설산업처럼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도로교량 등 공공 시설과 민간개발사업이 크게 줄어든 까닭이다.

국내 일감이 반토막나면서 건설업자 수와 건설업취업자 수도 줄어들고 있다. 건설업자 수는 2009년 말 기준으로 51만개로, 1999년에 비해 약 15% 감소했다. 건설업종사자 수는 정점이었던 1997년(685만명)보다 25% 정도 줄어든 517만명이다. 1990년대만 해도 건설산업은 다른 산업의 실직자를 받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실직자 양산산업이 됐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한다.

건설산업의 침몰은 경영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8%에 달했던 주요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은 1%대에 그치고 있다. 2010년 3월 결산에선 일본 최대 건설사(자산기준)인 가지마건설이 상장 이래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결산기에 2위인 오오바야시구미도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이들 회사는 국내 일감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의 유선종 교수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로 나가는 게 불가피했지만 치밀한 전략없이 무리하게 수주를 한 게 화근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