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스피지수는 또 다시 등장한 유럽발(發) 악재에 다소 깊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증시와 유럽의 주요국 증시가 전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여파로 일제히 하락 마감한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3'에서 'Baa3'로 3단계 강등, 위기를 증폭시켰다.

무디스는 또 유로존 국가인 키프로스의 국가신용등급도 'Ba1'에서 'Ba3'로 2단계 강등시켰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고,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이탈리아의 1년물 국채금리가 치솟았다.

대내적으로 6월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 따른 수급상 변수도 존재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을 실제 언급했으며, 이로 인해 키프로스 정부가 자국 은행들을 지원해야 할 규모도 이전보다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는 이에 앞서 키프로스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키프로스(BOC)의 등급을 'B1'에서 'B2'로, 헬레니크 은행의 등급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스페인의 경우 구제금융에 대한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국가신용등급이 단번에 떨어지면서 악재가 겹쳤다. 무디스는 '1000억 유로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지원받게 될 경우 부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고, 앞으로 추가 등급 강등 검토 대상에 편입, 3개월 이내에 한 차례 더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뿐 아니라 미국의 신용평가사 이건-존스도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강등했다. 이건-존스는 1개월여 만에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4차례 하향 조정했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이미 이탈리아로까지 급속하게 번지는 양상이다. 이탈리아 1년물 국채 발행 금리가 4% 가까이 급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 역시 구제금융 수준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오는 17일 치러질 그리스의 2차 총선 이슈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경계심은 이날부터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유로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으로 하락했다.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62% 내린 12,496.38에 장을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0.70% 떨어졌다. 나스닥지수는 0.86% 밀린 2818.61을 기록했다.

미국에 앞서 개장한 유럽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독일 DAX30 지수는 전날보다 0.14%, 프랑스 CAC40 지수는 0.55% 떨어졌다.

다만 스페인의 구제금융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 예금 보증 및 금융동맹 지지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란 평가다. 또 중국 정부가 지방정부와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 지수의 하락 폭을 제한할 수 있다고 KDB대우증권은 내다봤다.

대내 이벤트인 선물·옵션 동시만기일 역시 이날 시장의 변수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베이시스(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가격차) '0'으로 수렴하면서 이번주 내내 차익거래는 제한적으로 매수와 매도의 반복 양상을 보였다"며 "국가의 소규모 매수잔고 청산과 재설정이 진행됐는데 여전히 매물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