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9시. 양선웅 신한금융투자 마포지점 부장은 기타 하나를 둘러메고 사무실로 향한다. 양 부장은 여느 직장인들처럼 휴일 늦잠을 즐길 틈이 없다. 사내 후배인 한정근 주임과 지난 1주일 시장을 분석하고 다음주 흐름에 대해 전망하기 위해 토요일에도 출근을 한다. 다음주 고객에게 추천할 종목과 상품도 연구해야 한다. 오후엔 서둘러 홍대 클럽으로 간다. 그는 넥타이를 벗고 직장인밴드 ‘S1’의 기타리스트로 변신한다.

한 주임은 요즘 잠자리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진다. 직장 상사인 양 부장이 언제 어떻게 지적할지 몰라 장중 내내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피로도가 높아졌다. 그래도 2년 연속 최우수 직원상을 휩쓸면서 방송 프로그램 ‘탑 밴드’ 본선에 진출하고, 후배까지 가르치는 스승을 보면 도저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부터 우수 직원과 후배 직원을 스승과 제자로 맺는 ‘청어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 주임도 청어람 제도를 통해 양 부장으로부터 영업과 투자 노하우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이 제도는 강대석 사장 취임 후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도입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강 사장은 2200명 전 직원을 플래티넘 직원(최우수 영업직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증자·M&A 없이 ‘톱 5’ 도약 목표

강 사장이 취임 이후 가진 20번의 임원 경영회의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모든 직원을 프로로 만들라”라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라는 ‘백그라운드’가 있지만 협공은 하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상위권 증권사들이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지만 신한금융투자는 당분간 증자할 계획이 없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단숨에 덩치를 키울 계획도 없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부진했다. 경쟁력이 약해지고 지주의 지원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체 역량을 최대화시켜야 하는 게 지상과제다.

목표는 2015년 전 부문 업계 5위 진입이다. 현재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기준 업계 6위, 자산 규모 업계 8위, 순이익 업계 10위 수준이다.

프라임브로커리지 같은 대형 투자은행 영역 진출은 자본 사정으로 늦춰질 수밖에 없겠지만, 은행 조직과 시너지를 꾀한 ‘기업투자금융(CIB)’ 모델로 투자은행(IB)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직원 ‘프로’ 돼라” 특명…전문가 대거 영입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4월 단행한 조직개편 내용을 살펴보면 본사 영업과 운용 역량 강화로 요약된다. 자금 운용이 중심이던 트레이딩 부문은 ‘세일즈 앤 트레이딩(Sales & Trading)’ 그룹으로 바꾸고, 금융상품 제조 기능을 확대했다. 유망한 금융상품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팔기 위한 것이다. ‘세일즈 앤 트레이딩’ 그룹 안에는 주식을 운용하는 에쿼티 본부를 신설했고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을 운용하는 FICC부를 본부로 격상시켰다.

조직을 키우면서 외부 전문가를 대거 발탁했다. 삼성생명 국민은행 등을 거치며 채권 운용에서 이름을 날린 신재명 씨에게 FICC본부장을 맡겼고 여의도 국채선물 딜러 중 ‘선수’로 꼽히는 이철진 씨를 FICC운용팀에 데려왔다. 에쿼티 본부에는 옛 굿모닝신한증권 출신으로 주식, 파생 운용 전문가인 김홍기 씨를 다시 불러들였다.

이 같은 전문가 영입은 본사의 수익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지점 및 주식 위탁 수수료(브로커리지)를 포함한 리테일 부문이 전체 수익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리테일 중에서는 주식 위탁 중개수수료가 수익의 70% 이상이다. 이것을 리테일과 본사 영업 부문이 5 대 5로 균형을 맞추는 구조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리테일 내에서는 자산 영업력을 강화해 주식 위탁 수수료와 종합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이 5 대 5가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직원들의 평가 기준도 바꿨다. 회사 수익 기여도에 따라 평가하던 제도를 고객이 수익을 많이 낼수록 높은 점수를 받게 고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의 이 같은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신한금융투자는 은행 출신 경영인이 선임돼 왔지만, 이번엔 관례를 깨고 영업통으로 소문난 ‘증권맨’이 사장으로 오면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을 잘 아는 만큼 정통 증권업인 자산운용과 영업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신한금융투자가 굿모닝 합병 이후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