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문제는 요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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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전력비상으로 내몰리게 된 건 자업자득이다. 에너지 정책 하나로 물가 기후변화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목표와 정책의 수를 일치시키라는 틴버겐 법칙이 괜히 나왔겠나. 정작 에너지 정책의 본질적 목표인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왜곡된 전기요금이 그렇게 만들었다.
통신도 닮은 꼴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걸핏하면 물가를 들먹인다. 선거 때만 되면 요금 인하가 공약으로 나온다. 그럴 듯한 기금을 만들어 돈 뜯어가는 것도 비슷하다. 통신회사가 아니라 영락없는 공기업이다.
사용한 만큼 내는 구조 돼야
스마트폰이 도입됐을 때 지금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말 그대로 ‘데이터 익스플로전(data explosion)’이다. 그러나 요금 인하 요구는 끝도 없다. 카카오톡 등장이 얼씨구나 싶었는지 무료통화를 압박하는 국회의원들이 줄을 잇는다. 그 때문에 망 투자를 못하겠다면 안하면 될것아니냐고 반문한다. 상대가 카카오가 아닌 애플이어도 그렇게 나올지 궁금하다.
망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나. 이러다간 통신이 전기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때 가서 망 타령 해봤자 늦은 거다. 조만간 ‘스마트폰 하루 꺼 놓기’ ‘통신 피크 시간 피하기’ ‘통신 절약 건물’ 같은 얘기가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 같은 어려운 용어를 쓸 필요조차 없다.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경쟁은 당연한 원칙이다. 통신회사들이 그것을 방해한다면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데이터 요금을 내고 모바일(무선) 인터넷전화(m-VoIP)를 사용한다. 무료통화 용어를 쓰지 말라.” 이런 말도 했다. “카카오는 망 회선비용을 내고 있다. 무임승차라는 용어도 이치에 맞지 않다.” 그 역시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이 또한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문제는 무료가 아니라는 그 데이터 요금, 무임승차가 아니라는 그 망 회선 비용이 시장 상황에 걸맞고 합당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데이터 요금만 해도 80% 이상 할인된 정액제로 제공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게 과연 현재의 데이터 수요와 망의 공급을 제대로 반영한 정상적 가격이냐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책정하고, 그 요금이 망 투자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로 가지 않으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데이터 요금이 정상화되면 통신회사들은 음성통화 요금을 대폭 낮출 여력이 생길 것이다. m-VoIP와의 경쟁을 기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음성통화를 주로 원하는 소비자는 그런 경쟁을 즐기며 지금보다 훨씬 싼 요금을 이용할 수 있다.
방통위가 시장 자율을 말하나
그럼, 통신회사들이 요금제를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불행히도 그 결정권은 통신회사에 있지 않다. 요금 인가권을 쥔 정부, 무조건 요금을 낮추라는 정치권에 있다. 당연히 시장에서의 정상적 가격 경쟁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카카오의 m-VoIP 문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웃고 말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진국에 없는 규제, 그로 인한 왜곡된 요금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통신도 닮은 꼴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걸핏하면 물가를 들먹인다. 선거 때만 되면 요금 인하가 공약으로 나온다. 그럴 듯한 기금을 만들어 돈 뜯어가는 것도 비슷하다. 통신회사가 아니라 영락없는 공기업이다.
사용한 만큼 내는 구조 돼야
스마트폰이 도입됐을 때 지금처럼 데이터 사용량이 폭증하리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말 그대로 ‘데이터 익스플로전(data explosion)’이다. 그러나 요금 인하 요구는 끝도 없다. 카카오톡 등장이 얼씨구나 싶었는지 무료통화를 압박하는 국회의원들이 줄을 잇는다. 그 때문에 망 투자를 못하겠다면 안하면 될것아니냐고 반문한다. 상대가 카카오가 아닌 애플이어도 그렇게 나올지 궁금하다.
망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지나. 이러다간 통신이 전기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때 가서 망 타령 해봤자 늦은 거다. 조만간 ‘스마트폰 하루 꺼 놓기’ ‘통신 피크 시간 피하기’ ‘통신 절약 건물’ 같은 얘기가 들려올지도 모르겠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특정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 같은 어려운 용어를 쓸 필요조차 없다. 시장경제를 한다는 나라에서 자유로운 경쟁은 당연한 원칙이다. 통신회사들이 그것을 방해한다면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얘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데이터 요금을 내고 모바일(무선) 인터넷전화(m-VoIP)를 사용한다. 무료통화 용어를 쓰지 말라.” 이런 말도 했다. “카카오는 망 회선비용을 내고 있다. 무임승차라는 용어도 이치에 맞지 않다.” 그 역시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이 또한 시장경제의 원칙이다.
문제는 무료가 아니라는 그 데이터 요금, 무임승차가 아니라는 그 망 회선 비용이 시장 상황에 걸맞고 합당한 수준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데이터 요금만 해도 80% 이상 할인된 정액제로 제공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이게 과연 현재의 데이터 수요와 망의 공급을 제대로 반영한 정상적 가격이냐는 얘기다.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만큼 요금을 책정하고, 그 요금이 망 투자로 이어지는 그런 구조로 가지 않으면 파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데이터 요금이 정상화되면 통신회사들은 음성통화 요금을 대폭 낮출 여력이 생길 것이다. m-VoIP와의 경쟁을 기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음성통화를 주로 원하는 소비자는 그런 경쟁을 즐기며 지금보다 훨씬 싼 요금을 이용할 수 있다.
방통위가 시장 자율을 말하나
그럼, 통신회사들이 요금제를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불행히도 그 결정권은 통신회사에 있지 않다. 요금 인가권을 쥔 정부, 무조건 요금을 낮추라는 정치권에 있다. 당연히 시장에서의 정상적 가격 경쟁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카카오의 m-VoIP 문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웃고 말았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선진국에 없는 규제, 그로 인한 왜곡된 요금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