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어요. 애덤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는데, 40년 늦은 동시대인인 다산도 같은 주제를 비슷하게 고민한 거죠.”

박정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사진)은 “국가와 인간의 경제활동에 대한 사고의 방향성에서 애덤 스미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다산의 통찰력에 높은 점수를 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의 공동저자인 박 연구원은 “다산의 경제학적 관점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물질적,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하고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론을 찾는 데서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다산은 노동과 생산 방식에 주목했죠. 재화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애덤 스미스처럼 말이죠. 이를 위해 분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고요.”

그는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 다산의 기예론(技藝論)을 주목했다. 다산은 생산 주체들이 각각에 특별한 기술을 정교히 계발하면 생산량이 늘어 나라가 부유해지고 군대가 강해지며 사람들이 잘살게 된다고 역설했다.

“사민(四民·사농공상) 분업을 위해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살게 해야 한다고도 했어요.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살면 더 큰 기예를 익힐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러면 물류량이 늘어날 것이고, 이를 대비한 수레와 배의 규격통일 의견도 제시했죠. 오늘날 가장 기초적인 산업입지 이론 중 하나인 ‘집적이익’을 고려한 혜안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닌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다산의 시장관도 기초적인 현대 경제이론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산은 시장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효용을 목격할 수 없었던 거예요. 몇몇 거상들이 좌우했던 상업 거래는 매점매석의 폐해가 심했죠. 다산이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 것은 오늘날 독과점시장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모습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 있어요.”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