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WPP 주주들이 마틴 소렐 최고경영자(CEO)의 고액 연봉에 제동을 걸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WPP 주주총회에서 소렐 등 경영진 연봉 인상안에 주주 60%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다수 주주가 반대함에 따라 소렐은 경영진 연봉 확정을 미루고 주주들과 이 문제를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작년보다 경영진 연봉을 56% 인상하는 안을 주총에 상정했다. 이에 대해 주주들은 다른 영국 CEO들에 비해 보수가 지나치게 많다며 반대했다. 투자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소렐의 지난해 연봉은 1160만파운드(약 200억원)에 달해 영국 CEO 중 두 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WPP 소액주주들은 지난달에도 경영진이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렐 측은 이에 대해 이메일을 통해 “주주 투표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영국 기업 CEO가 아닌 세계적 기업 CEO와 연봉을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적이 좋으면 경영진이 연봉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WPP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24억파운드(약 4조3300억원)에 달했다. 주가도 올해 들어 12%가량 올랐다.

클라우디오 아스페시 샌퍼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미디어산업의 장기 전망은 밝지 않기 때문에 WPP 주주들이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며 “기업 임원들의 연봉은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