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후보 모르시 당선 유력

이집트의 장래를 결정할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16일~17일 이틀간 치러진다.

이집트 국민 8천200만명 중 유권자는 약 5천만명이며 이집트 정부는 이 기간을 공식 휴일로 지정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처음으로 차기 지도자를 선출하는 이번 대선은 60년간 군인 출신이 통치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군부 통치를 사실상 마감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집트가 이슬람주의 국가가 되느냐, 아니면 세속주의 국가로 남느냐를 결정한다는 것도 또다른 관심사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 무슬림형제단이 내세운 모하메드 모르시(61)와 무바라크 정권 시절 마지막 총리를 지낸 아흐메드 샤피크(71)가 결선에 진출, 각축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정의당 대표를 맡다 대권 도전에 나선 모르시는 13명의 후보가 경쟁한 1차 투표에서 득표율 24.7%, 공군 장교 출신인 샤피크는 23.6%로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모르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슬림형제단은 의회에 이어 대권까지 거머쥐며 이집트의 이슬람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이집트 소수 기독교인과 세속주의 세력은 우려하고 있다.

반면 샤피크가 대통령이 되면 과거 무바라크 정권으로 회귀하는 셈이어서 '혁명의 실패'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시민혁명 주도 세력은 주장했다.

이집트 카이로대 정치학과 교수 하산 나페아는 "두 명의 결선 투표 진출은 발생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고 AFP통신이 14일 전했다.

조직력과 이슬람교도가 다수인 국민 정서로는 모르시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르시는 비록 뒤늦게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이집트 최대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조직적인 후원 아래 서민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애초 카이라트 알 샤테르를 후보로 내세웠으나 테러 지원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후보자격이 박탈되자 자유정의당 대표인 모르시를 대체 후보로 서둘러 내보냈다.

모르시는 이미 끝난 재외국민 결선투표에서도 샤피크를 따돌리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무바라크가 지난 2일 사형이 아닌 종신형을 선고받은 점도 모르시에게 유리하다.

모르시는 이번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하며 반(反) 무바라크 정서를 반(反) 샤피크로 몰아가고 있다.

샤피크를 구정권의 잔재로 본 것이다.

그러나 샤피크는 무바라크 유죄 선고로 '과거 청산'이 됐다는 이유를 들며 자신에게 힘을 실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샤피크는 무슬림형제단이 총선 압승에 이어 대통령까지 차지하면 이집트가 급속히 이슬람화되고 또 다른 독재정권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샤피크는 또 무바라크를 지지하는 세력 사이에서는 현재 위기에 처한 이집트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깔렸다.

이집트 내 종교적 소수인 기독교인도 모르시가 정권을 잡으면 '종교 차별'을 받을 것을 우려해 샤피크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전체 인구 가운데 10%인 약 1천만명이 기독교다.

샤피크는 지난 4월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무바라크 정권에서 고위 공직을 지낸 인사는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가 하루 만에 이 결정이 번복돼 가까스로 대권 경쟁에 가세했다.

이집트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는 자국민에게 누가 결선투표에서 이기더라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SCAF는 오는 7월1일까지 민간 정부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