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건설업계의 '퍼펙트 스톰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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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두세 개 이상 태풍이 충돌해서 발생하는 상상 초월의 절대폭풍을 말한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미국 재정 악화, 중국 성장세 둔화, 유로존 위기, 일본 경기침체 등 지구촌 초대형 악재들이 내년부터 ‘퍼펙트 스톰’으로 변해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고했다.
국내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전자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절대폭풍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 중 건설업계의 공포감이 특히 크다. 공공·민간공사 급감,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악재가 퍼펙트 스톰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에 민감한 수주산업인 데다 종사자와 연계산업이 방대해 동시다발적 부도사태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사회적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부실 함정'에 빠진 건설업계
2000년대 초반 부동산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활황’을 누렸다. 건설업계에는 현금이 넘쳤다. 그러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돈줄이 막혔고, 경기침체로 공사물량도 줄었다. 공공공사는 2009년 58조4000억원에서 올해는 28조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금융위기 1년 만에 잘나가던 대부분 중견업체는 부실함정에 빠졌다. 나머지 업체들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아우성이다. 대형 건설회사들도 ‘65년 전 건설업법 태동 이후 사상 최악’이라고 주장한다. 건설업계의 퍼펙트 스톰 위기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활황기 때 확보한 자금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경기변동성에 대비한 체력 보강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무너졌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뼈아픈 지적이다.
정부와 업계 간에 관행처럼 굳어진 ‘과잉개입·과잉의존’ 관계도 위기극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끈적한 의존관계’가 형성돼 있다. 수십년간 지속된 주택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정부는 건설업계에 각종 특혜를 주고 간섭해왔다. 집값 상승기엔 분양가와 전매·세금 규제를 수시로 해왔다. 건설업계는 이때 시장자율을 외치고, 불황 때는 반대로 ‘생존 지원’을 요구했다. 불황 때 정부는 또 친절하게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DTI 완화,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철폐, 취득세 감면 등 이른바 ‘주택시장 4대 생존대책’은 이런 사연이 담긴 ‘흘러간 노래’다.
영국의 위기극복에서 배워라
원인과 이유가 어찌됐든 당장의 ‘건설업계 퍼펙트 스톰’은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서 해소해야 한다. 이후에는 정부와 업계 간 관계 청산에 나서야 한다. 영국을 모범사례로 눈여겨볼 만하다. 1980년대 후반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몰락위기에 빠졌던 건설산업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영국 정부는 직접 ‘건설산업 혁신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업계 지원과 시장 회생 같은 ‘한국형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공공공사의 적정가격 발주와 입찰 투명성을 높여 공사물량을 적기에 공급하고, 업계는 건설품질을 확실히 책임지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공정경쟁 개념이 본질이다.
우리 정부와 건설업계도 이젠 각자 시장 중심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주택부문의 경우 정부는 ‘분양형 보금자리주택’ 같은 분양사업에 손을 대서 공연히 민간과 충돌할 필요가 없다. 품질좋은 임대주택 공급에 전념하면 된다. 공공공사는 공정발주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되고, 업계도 정부 의존태도를 버리고 거듭나야 한다.
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
국내 경제도 예외가 아니다. 자동차 전자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이 절대폭풍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그 중 건설업계의 공포감이 특히 크다. 공공·민간공사 급감,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의 악재가 퍼펙트 스톰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에 민감한 수주산업인 데다 종사자와 연계산업이 방대해 동시다발적 부도사태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사회적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부실 함정'에 빠진 건설업계
2000년대 초반 부동산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 활황’을 누렸다. 건설업계에는 현금이 넘쳤다. 그러다가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돈줄이 막혔고, 경기침체로 공사물량도 줄었다. 공공공사는 2009년 58조4000억원에서 올해는 28조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금융위기 1년 만에 잘나가던 대부분 중견업체는 부실함정에 빠졌다. 나머지 업체들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며 아우성이다. 대형 건설회사들도 ‘65년 전 건설업법 태동 이후 사상 최악’이라고 주장한다. 건설업계의 퍼펙트 스톰 위기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활황기 때 확보한 자금을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경기변동성에 대비한 체력 보강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무너졌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뼈아픈 지적이다.
정부와 업계 간에 관행처럼 굳어진 ‘과잉개입·과잉의존’ 관계도 위기극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끈적한 의존관계’가 형성돼 있다. 수십년간 지속된 주택공급 부족 해소를 위해 정부는 건설업계에 각종 특혜를 주고 간섭해왔다. 집값 상승기엔 분양가와 전매·세금 규제를 수시로 해왔다. 건설업계는 이때 시장자율을 외치고, 불황 때는 반대로 ‘생존 지원’을 요구했다. 불황 때 정부는 또 친절하게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DTI 완화,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철폐, 취득세 감면 등 이른바 ‘주택시장 4대 생존대책’은 이런 사연이 담긴 ‘흘러간 노래’다.
영국의 위기극복에서 배워라
원인과 이유가 어찌됐든 당장의 ‘건설업계 퍼펙트 스톰’은 정부와 업계가 합심해서 해소해야 한다. 이후에는 정부와 업계 간 관계 청산에 나서야 한다. 영국을 모범사례로 눈여겨볼 만하다. 1980년대 후반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몰락위기에 빠졌던 건설산업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영국 정부는 직접 ‘건설산업 혁신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업계 지원과 시장 회생 같은 ‘한국형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는 공공공사의 적정가격 발주와 입찰 투명성을 높여 공사물량을 적기에 공급하고, 업계는 건설품질을 확실히 책임지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가 각자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공정경쟁 개념이 본질이다.
우리 정부와 건설업계도 이젠 각자 시장 중심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주택부문의 경우 정부는 ‘분양형 보금자리주택’ 같은 분양사업에 손을 대서 공연히 민간과 충돌할 필요가 없다. 품질좋은 임대주택 공급에 전념하면 된다. 공공공사는 공정발주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되고, 업계도 정부 의존태도를 버리고 거듭나야 한다.
박영신 건설부동산부장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