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를 얻으면서 ETF를 활용한 랩어카운트(ETF랩)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수 증권사에서 ETF랩 상품을 신규로 출시하고 있고, 기존 ETF랩도 양호한 성과가 입소문 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커졌다.

대표적인 예가 2009년 6월 처음 판매한 KDB대우증권의 ‘폴리원’이다. 지금까지 3년간 7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체 860억원 잔액 가운데 올해 모집한 것만 500억원 이상일 정도로 인기다.


ETF는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하는 펀드다. 소액으로도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 주식 거래의 편리함도 갖췄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하기 때문에 당일 매수한 뒤 당일 매도해 단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ETF랩은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ETF를 매수해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이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ETF랩은 크게 적립투자형과 자산배분형, 포트폴리오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적립투자형은 시장이 내릴 때 꾸준히 매수한 뒤 시장 상승시 수익을 실현하는 적립식 투자 전략을 사용하되 펀드 대신 ETF를 편입한다. 자산배분형은 시장 상승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고, 시장 하락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식의 적극적 자산배분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 포트폴리오형은 거래소에 상장된 100개 이상의 다양한 ETF를 활용해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ETF랩의 인기 배경은 ETF 자체의 매력에 있다. ETF 시장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최근 2년 사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120여개 종목에 약 11조원의 자산이 운용되고 있으며 하루 주식시장 거래대금의 1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TF에는 주식시장이 빠질 때 수익이 나는 인버스형이 있기 때문에 시장이 상승할 때는 물론 하락할 때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채권, 원자재, 해외 주식, 파생상품 등 다양한 유형의 ETF가 등장한 것도 긍정적이다. 좀 더 매력적인 구조의 ETF랩이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ETF랩을 선택할 때는 일단 자신의 위험 성향과 운용 전략이 적합한지 고려해야 한다. 지수보다 크게 오르내리도록 설계된 레버리지ETF에 투자하면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때 손실규모가 커지고,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ETF에 투자할 땐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도 손해를 볼 수 있다.

ETF를 편입하는 랩이라고 해서 다 같은 랩이 아니다. 편입 대상이나 운용 전략이 다르고 운용 역량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ETF랩을 고를 때도 펀드를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랩운용 증권사의 운용 철학이나 운용 인력,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간의 운용 성과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투자 대상 ETF가 국내 주식 이외 자산을 편입하는 경우에는 세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상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투자자는 세금에 유의해야 한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지만 세금은 그 안에 편입한 자산이 무엇이냐에 따라 과세 여부가 결정된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부 이사 heejoo.kim@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