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시끄럽다.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인사가 문제될 때는 십중팔구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관료들이 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 회장추천위원회가 역시 관료 출신인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을 후보자로 정했다. 관료 출신 여럿이 기웃거렸던 뒤끝이다.

지난 3월 초 농협의 신용·경제 부문 분리로 지주회사가 출범했던 당시에도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농협 신용사업 부문을 이끌어왔던 신충식 농협금융지주 회장 겸 농협은행장이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돌연 사의 표명을 한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 처음부터 자기 자리로 여기지도 않더니 100일도 안 돼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다. 그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나선 것은 어김없이 관료들이었다. 농협의 서열 순위로 볼 때 농협중앙회장 밑에 있는 지주회장 자리에 설마 이름있는 관료들이 갈까 싶었지만 그런 체면 따위도 가리지 않게 된 모양이다.

뒷배경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금융위원회든 청와대든 힘있는 곳으로부터 뭔가 은밀한 내락을 받지 않고서는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관료들의 속성이다. 회장추천위원회 같은 건 그저 형식적 절차요, 겉치레일 뿐이다. 농협 노조가 낙하산 인사라며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논란도 많았던 신·경 분리를 매듭짓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농협이다. 농민들이 새로운 농협을 바라보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의 안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협의 경쟁력도 여기에 달렸다. 그러나 관료들의 자리 욕심은 끝이 없다. 말로는 금융의 선진화를 외치면서 속으로는 온통 자리에 대한 계산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권 수장들을 모두 물갈이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그나마 이제는 그것도 부족해 농협의 신·경 분리를 틈타 자리를 꿰차게 생겼다. 금융회사를 자신들의 텃밭으로 여기는 관료들이다. 관치가 극치로 치닫는다. 관료들이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금융자율이니 선진화니 하는 소리는 그만 두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