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상가용지 10필지를 내놨다. 이곳은 수도권 분양시장 침체 속에서도 아파트 청약 1순위 마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인기 택지지구다.

아파트 입주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가용지도 무난히 팔릴 것으로 LH는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10필지 가운데 1필지만 팔리는 데 그쳤다. 함께 공급된 근린생활시설 용지 10필지도 전부 미분양됐다.

◆상업용지 왕따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신도시와 보금자리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상업용지 분양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남양주 진접지구 상업용지는 8필지 가운데 1필지만 팔렸다. 울산 우정혁신도시에선 21필지 가운데 3필지만 매각됐다. LH 관계자는 “2008년 이후 상업용지가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며 “전국 택지지구에서 상업용지 판매가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신규분양 부진뿐만 아니라 기존에 매각된 상가용지들도 계약 포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부동산시장 활황 때 상가용지를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 별내지구에서 상업용지 계약을 포기한 L사 관계자는 “상가를 분양하면 더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8억원에 가까운 계약금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LH에 따르면 작년부터 상가용지 중도금을 장기 연체하고 있는 시행사들에 순차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어렵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켜 분양에 나선 개발업체들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판교 광교 등에서 3년 전부터 상가가 대거 건설됐지만 미분양 점포가 쌓이고 있다. 판교에서 7개 상가를 한꺼번에 내놨던 S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아 최근 서판교 상가건물 한 동을 통째로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상가정보업체 상가114의 윤병한 대표는 “이처럼 신도시나 택지지구 내 상가개발이 지연될 경우 입주자들의 생활 불편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급 과잉에 개발자금대출도 안 돼

상가용지 분양이 부진한 이유는 무엇보다 개발자금 대출이 막혀서다. 상가 미분양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금융회사들은 개발자금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상가 용지 공급 과잉도 한몫하고 있다. LH는 1기 신도시 때 8% 안팎이던 상업용지 비율을 2기 신도시 조성 때는 4%가량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그 정도도 과다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갈수록 가구당 거주 인원이 감소하기 때문에 전체 면적에서 상업용지 비중을 낮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상가 공급 물량을 줄이는 쪽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업용지 가격이 너무 비싼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상가개발업체 더브릭스의 김상태 사장은 “LH가 임대주택 건설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해 상업용지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가구원수 감소에 맞춰 상업용지 비율과 분양가를 재조정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