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전 은행연합회 회장(61·사진)이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됐다.

농협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19일 신 전 회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으며 곧바로 열린 이날 이사회에서 이를 확정했다. 신 내정자는 20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하지만 농협노조가 또 다른 관치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적지 않아 취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이날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 회추위에서도 위원들 간 난상토론이 이어지는 등 적지 않은 논란이 빚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오후 시작된 회의 초반에만 해도 5명의 회추위원 중 3명이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의 손을 들어줘 이 전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는 듯했다. 회추위원 간 찬반 입장이 엇갈렸지만 그래도 다수가 찬성하는 사람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갑자기 변수가 나타났다. 회추위 규정에는 “회추위 결의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어 3명이 찬성해도 후보를 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두 명이 반대하면서 회추위가 이 전 사장을 회장 후보로 추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좀체 결론을 내리지 못한 회추위원들이 제3의 인물을 물색하게 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제3의 인물로 은행장 경험이 있는 신 내정자가 거명됐고 다음날 속개된 회추위에서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이 전 사장에 대한 일부 회추위원들의 거부감은 이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로 알려진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사촌 처남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관치 낙하산 논란으로 이어져 자칫 현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회추위원들은 여론의 동향 등을 면밀히 주시하며 갓 뿌리를 내린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원만한 인사를 찾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한 회추위원은 “외부 인사이긴 하지만 결코 낙하산 인사는 아니다”며 인선 과정에 외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는 농협 내부게시판에 “신 내정자는 전형적인 관료로서 정부의 앞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신 내정자는 경남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웨일스대에서 금융경제학 석사를, 경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 증권발행과장, 자본시장과장,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2003~2006년 수출입은행장을 거쳐 지난해 11월까지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동아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일규/류시훈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