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한(前漢)시대의 맹장 이광은 어느 날 저녁 초원을 지나다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발견하고 정신을 한 곳에 모아 활을 당겼다. 화살은 명중했고 호랑이는 꿈쩍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호랑이가 아니라 화살이 깊숙이 박혀 있는 바위였다. 그는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활을 당겼으나 바위에 명중하는 순간 튀어 올랐다. 이번에는 ‘중석몰촉(中石沒鏃)’과 같은 태도로 몰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보니 비즈니스 차원의 모임에 참석하면 ‘글로벌 기업은 어떤 가치를 가장 소중히 여기는지’ 질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알리안츠그룹은 ‘고객중심’ ‘직원개발’ ‘상호신뢰 구축’ 등 여러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CEO들에게는 직원들의 ‘몰입(engagement)’도를 높일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직원 몰입도란 ‘직원들이 조직의 성공에 공헌할 수 있는 동기유발과 목표 성취에 독자적으로 기꺼이 노력할 수 있는 태도’를 뜻하는데 그룹에서는 매년 주요 자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원 몰입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직원 몰입도 조사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직원 몰입도 점수가 높은 회사일수록 생산성과 고객 만족도가 높고 재무적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서베이를 주관하는 전문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가 3% 증가하면 기업 이익은 1%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몰입도 조사 결과는 참여했던 모든 회사들의 평균은 물론 각 회사별로 실, 부서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조직의 장단점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직원 몰입도가 생산성의 높고 낮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다 보니 CEO들에게는 관련 수치를 올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다. 필자는 이를 위해 집중근무제도와 전 직원이 참가하는 워크숍 등을 실시했으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은 직원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전략과 실행이 일치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서 끊임없는 소통만이 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고단한 일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사장과의 자리를 불편해했던 직원들도 점차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나 또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 글로벌컨설팅회사가 조사한 것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 중 ‘업무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다’는 직원의 비율은 6%로 전세계 평균(21%)에 크게 못 미쳤다. 반면 업무에 몰입하지 않거나 회사에 마지못해 다니는 직원의 비율은 48%나 됐는데 공정한 성과 관리와 부하 직원 육성 부문에서 특히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 이는 필자를 비롯한 경영진부터 앞에서 예로 든 ‘중석몰촉’의 자세로 좀 더 몰입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은 아닐까.

정문국 < 알리안츠생명 사장 munkuk.cheong@allianzlif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