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 잇는 家嶪…2세가 뛴다] (144) 다이아덴트, 주룽지도 반한 치과 재료…'이 악물고' 뛴 父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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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 던진 아버지
세계 1위 업체서 12년 근무…1985년 동료들과 창업
유럽시장 뚫은 아들
미주법인서 실무 경험…네덜란드에 현지법인 설립
세계 1위 업체서 12년 근무…1985년 동료들과 창업
유럽시장 뚫은 아들
미주법인서 실무 경험…네덜란드에 현지법인 설립
치과 치료재 전문업체인 다이아덴트 류재훈 사장(42)은 최근 자신의 여권을 살펴보고 새삼 놀랐다. 갱신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여권에 50여개가 넘는 입출국 도장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류 사장이 지난 1년 동안 방문한 국가가 30여개에 달했다. 캐나다와 유럽에 있는 판매법인 시찰은 물론 중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에도 참석했다. 류 사장은 “한 달에 평균 두 번꼴로 해외 출장 일정이 잡혀 있다”며 “해외에서도 평균 1주일 이상 있다 보니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1985년 설립된 다이아덴트는 치근관충전재를 만드는 업체다. 치근관충전재는 치아 신경치료를 받은 후 치근관(턱뼈에서 치아로 신경과 핏줄이 나가고 들어오는 길)을 채우는 재료를 뜻한다. 세계 시장 점유율 17%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27년째 제조하고 있는 대표 근관충전재인 ‘거타 퍼차 포인츠’와 ‘페이퍼 포인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이 제품들엔 국제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컬러 코딩 방식을 최초로 적용했다.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허용오차도 대폭 줄였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9001시리즈의 허용 오차는 0.05㎜. 이를 절반인 0.029㎜로 만들었다. 1996년 주룽지 전 중국 총리가 자신의 치과치료에 다이아덴트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 시술날짜를 늦춘 건 유명한 일화다. 덕분에 중국 내에선 ‘주룽지 총리 치아에 다이아덴트 제품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류 사장은 2009년 아버지인 류무종 회장(78)의 뒤를 이어 사업을 맡았다. 창업주인 류 회장은 의사였던 선친 덕분에 어릴적부터 각종 의료기기를 장난감처럼 접하며 성장했다. 또 어린 시절을 상하이 국제학교에서 보내며 국제적 감각을 키웠다. 1959년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류 회장은 창업 전 12년간 미국 근관충전재업체의 한국총판 대표로 근무했다.
당시 이 회사는 세계 근관충전재 시장을 석권하던 업체였다. 그곳에서 류 회장은 ‘이 시장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후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1985년 회사를 설립했다.
아들 류 사장은 제조업에 관심이 없었다. 광고를 공부하기 위해 1992년 캐나다 더글러스 컬리지로 유학을 떠났다. 하지만 다이아덴트와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류 사장이 2학년이던 1993년, 류 회장이 그가 있던 캐나다에 미주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결국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류 사장은 “10여년간 캐나다 법인에서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며 “회사에 대한 애착도 커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사장은 2003년엔 유럽 판매법인 설립을 도맡아 추진했다. 현지 매니저뿐 아니라 물류 거점지역까지 직접 찾아다녔다. 네덜란드 투자진흥청과 각종 투자혜택을 끌어내기 위해 담판을 짓기도 했다. 그리고 2005년 네덜란드 알미어시에 둥지를 틀었다.
류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해외 시장에 더 공을 들일 계획이다. 현재 해외 치과치료재 시장 규모는 10조원. 근간충전재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달한다. 류 사장은 신규 시장 진출과 품목 다각화를 통해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100억원으로 잡았다.
그는 “‘기업은 생명체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을 경영 모토로 삼고 있다”며 “기존 제품을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도 주력해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