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세계 입맛 녹인 '메로나' 돌풍…빙그레 "우린 글로벌 식품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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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빙그레
겨울도 쉬지않는 공장
남미 등 빙과·유제품 수출…철저한 현지화로 매출 '쑥쑥'
해외 신성장 동력 발굴 가속
뼈깎는 자구…"위기는 기회"
비주력 사업 과감한 철수…조직 슬림화…적과의 동침도
부채비율 4200%서 24%로
겨울도 쉬지않는 공장
남미 등 빙과·유제품 수출…철저한 현지화로 매출 '쑥쑥'
해외 신성장 동력 발굴 가속
뼈깎는 자구…"위기는 기회"
비주력 사업 과감한 철수…조직 슬림화…적과의 동침도
부채비율 4200%서 24%로
빙그레 아이스크림 공장은 여름에만 바쁜 것이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 경남 김해, 충남 논산 등에 있는 빙그레 공장은 겨울에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남미시장에 내보낼 수출물량을 대기 위해서다. 한국을 비롯한 북반구에서 빙과류 비수기인 겨울을 맞았을 때, 남반구는 무더운 여름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작년 여름 국내 빙과류 업체들이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을 때도 빙그레는 사정이 달랐다.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효자 제품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특히 인기다. 브라질에서 메로나 가격은 개당 2000원이 넘지만 현지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2월부터 매달 수만 개씩 팔린다. 상파울루의 한 방송사는 메로나를 일본의 초밥과 함께 식생활을 바꾼 음식으로 꼽기도 했다. 메로나는 1995년 하와이 수출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메로나의 해외시장 매출은 2010년 100억원에서 올해 250억원으로 2.5배 정도 성장이 예상된다.
○메로나·바나나맛우유, 해외로
빙그레는 활발한 해외사업을 통해 글로벌 식품회사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세워놓았다. 작년 해외 매출은 270억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50%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공식품은 인지도와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만, 현지화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빙그레는 이를 위해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일 국내 유제품 최초로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뚫은 ‘바나나맛우유’다. 빙그레는 일본 서남부의 시코쿠 지역 1위 유업체인 시코쿠유업과 기술제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공급하기로 했다.
빙그레는 이처럼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메로나는 홍콩과 대만에서 2010년 수출 7개월 만에 수입 아이스크림 판매 1위에 올랐다. 세계화를 위해 멜론 맛 외에 딸기, 바나나, 망고 등 다양한 맛을 개발해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도 메로나가 등재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니아 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나나맛우유’는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판매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뉴욕에서 한국인의 일상을 대표하는 디자인 제품으로 뽑혔다. 러시아에는 ‘꽃게랑’ 등 스낵제품을 수출한다. 빙그레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에 스낵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할 합작법인 ‘BBM’을 설립하고, 연내 현지 생산시설과 판매법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완제품 상태로 수출하던 스낵제품을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김태영 빙그레 해외사업담당 상무는 “해외시장에서 메로나, 꽃게랑, 비비빅 등의 브랜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고 현지 유통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어 해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 4000%에서 알짜회사로
빙그레가 지금은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한때는 부채비율 4000%를 넘은 적도 있었다.
빙그레는 1967년 대일양행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아이스크림을 생산품목으로 정했고, 1973년 한화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1974년 아이스크림 국민브랜드 ‘투게더’와 바나나맛우유를 출시하면서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및 유가공품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위기는 1992년 한화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찾아왔다. 부채비율은 4200%로 자본잠식 상태였고, 누적적자는 100억원에 이르렀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30대였던 김호연 전 회장은 ‘한번 들어서면 뒤를 볼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일방 통행론’을 내세웠다. 그는 ‘수익성을 개선시킬 여지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잘라야 한다’는 판단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썬메리베리커리’ 사업을 삼립식품에 매각했고, 냉동식품과 초코케이크 등 비주력 사업은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아이스크림 경쟁사인 롯데제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을 받는 등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았다. 매년 30억~40억원씩 적자를 기록하던 라면과 스낵사업은 2003년 3월 라면사업 철수와 스낵사업의 국내 경영권 위탁이라는 고강도 처방으로 해결했다. 서울 압구정동 사옥 및 물류센터를 매각했고, 1992년 당시 3000여명에 달하던 인력을 2004년 말엔 1700여명으로 줄였다.
그런 노력 끝에 부채비율이 1998년 360%, 2004년 53.7% 등으로 안정됐고, 작년에는 24.5%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7206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이었다. 내년에는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아카페라·끌레도르 ‘제2의 바나나맛우유’로
빙그레의 또 다른 강점은 강력한 브랜드 라인업이다.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바나나맛우유(작년 1500억원)와 요플레(1100억원)는 ‘넘버 원’ 브랜드로 손꼽힌다. 메로나, 투게더,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은 연 300억원 이상의 ‘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불황에도 빙그레가 매년 성장하는 가장 큰 힘이다.
임창범 빙그레 마케팅담당 상무는 “이런 메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방침”이라며 “2006년에 출시한 ‘끌레도르’도 연 매출 250억원을 넘어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음료 시장에 도전한 ‘아카페라’는 출시 4년 만인 올해 약 4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빙그레는 직원들을 교육·훈련시키는 데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겨울 비수기를 틈타 서울대 등의 마케팅전공 교수들을 초빙해 집중교육을 시킨다. 매년 4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른바 ‘마케팅 대학’이다. 국내 경영대학원 진학 및 학위 취득도 적극적으로 지원, 팀장급들은 대부분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또한 회사와 직원이 연간 수익목표 달성 계약을 맺고 수익을 초과 창출하면 직원에게 분배하는 ‘BPSS(빙그레 프로핏 셰어링 시스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임직원들의 동기부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대표적인 효자 제품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특히 인기다. 브라질에서 메로나 가격은 개당 2000원이 넘지만 현지에서 여름이 시작되는 2월부터 매달 수만 개씩 팔린다. 상파울루의 한 방송사는 메로나를 일본의 초밥과 함께 식생활을 바꾼 음식으로 꼽기도 했다. 메로나는 1995년 하와이 수출을 시작으로 지금은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메로나의 해외시장 매출은 2010년 100억원에서 올해 250억원으로 2.5배 정도 성장이 예상된다.
○메로나·바나나맛우유, 해외로
빙그레는 활발한 해외사업을 통해 글로벌 식품회사로 거듭난다는 비전을 세워놓았다. 작년 해외 매출은 270억원으로 올해는 이보다 50%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가공식품은 인지도와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만, 현지화에 성공하면 그때부터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빙그레는 이를 위해 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현지화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일 국내 유제품 최초로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뚫은 ‘바나나맛우유’다. 빙그레는 일본 서남부의 시코쿠 지역 1위 유업체인 시코쿠유업과 기술제휴,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공급하기로 했다.
빙그레는 이처럼 해외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메로나는 홍콩과 대만에서 2010년 수출 7개월 만에 수입 아이스크림 판매 1위에 올랐다. 세계화를 위해 멜론 맛 외에 딸기, 바나나, 망고 등 다양한 맛을 개발해 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도 메로나가 등재됐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마니아 층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나나맛우유’는 2004년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 1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판매액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뉴욕에서 한국인의 일상을 대표하는 디자인 제품으로 뽑혔다. 러시아에는 ‘꽃게랑’ 등 스낵제품을 수출한다. 빙그레는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지역에 스낵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담당할 합작법인 ‘BBM’을 설립하고, 연내 현지 생산시설과 판매법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완제품 상태로 수출하던 스낵제품을 러시아 현지에서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김태영 빙그레 해외사업담당 상무는 “해외시장에서 메로나, 꽃게랑, 비비빅 등의 브랜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고 현지 유통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어 해외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 4000%에서 알짜회사로
빙그레가 지금은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잡았지만, 한때는 부채비율 4000%를 넘은 적도 있었다.
빙그레는 1967년 대일양행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아이스크림을 생산품목으로 정했고, 1973년 한화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1974년 아이스크림 국민브랜드 ‘투게더’와 바나나맛우유를 출시하면서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및 유가공품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위기는 1992년 한화그룹에서 분리되면서 찾아왔다. 부채비율은 4200%로 자본잠식 상태였고, 누적적자는 100억원에 이르렀다.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30대였던 김호연 전 회장은 ‘한번 들어서면 뒤를 볼 수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일방 통행론’을 내세웠다. 그는 ‘수익성을 개선시킬 여지가 없는 사업은 과감히 잘라야 한다’는 판단 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썬메리베리커리’ 사업을 삼립식품에 매각했고, 냉동식품과 초코케이크 등 비주력 사업은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아이스크림 경쟁사인 롯데제과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주문을 받는 등 ‘적과의 동침’도 서슴지 않았다. 매년 30억~40억원씩 적자를 기록하던 라면과 스낵사업은 2003년 3월 라면사업 철수와 스낵사업의 국내 경영권 위탁이라는 고강도 처방으로 해결했다. 서울 압구정동 사옥 및 물류센터를 매각했고, 1992년 당시 3000여명에 달하던 인력을 2004년 말엔 1700여명으로 줄였다.
그런 노력 끝에 부채비율이 1998년 360%, 2004년 53.7% 등으로 안정됐고, 작년에는 24.5%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7206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이었다. 내년에는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있다.
○아카페라·끌레도르 ‘제2의 바나나맛우유’로
빙그레의 또 다른 강점은 강력한 브랜드 라인업이다. 연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바나나맛우유(작년 1500억원)와 요플레(1100억원)는 ‘넘버 원’ 브랜드로 손꼽힌다. 메로나, 투게더, 더위사냥, 붕어싸만코 등은 연 300억원 이상의 ‘빅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불황에도 빙그레가 매년 성장하는 가장 큰 힘이다.
임창범 빙그레 마케팅담당 상무는 “이런 메가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나갈 방침”이라며 “2006년에 출시한 ‘끌레도르’도 연 매출 250억원을 넘어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음료 시장에 도전한 ‘아카페라’는 출시 4년 만인 올해 약 4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빙그레는 직원들을 교육·훈련시키는 데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겨울 비수기를 틈타 서울대 등의 마케팅전공 교수들을 초빙해 집중교육을 시킨다. 매년 4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른바 ‘마케팅 대학’이다. 국내 경영대학원 진학 및 학위 취득도 적극적으로 지원, 팀장급들은 대부분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또한 회사와 직원이 연간 수익목표 달성 계약을 맺고 수익을 초과 창출하면 직원에게 분배하는 ‘BPSS(빙그레 프로핏 셰어링 시스템)’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임직원들의 동기부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