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백댄서, 6년 만에 300억 대박男 변신
"반지하 단칸방에서 김밥을 말아서 팔았죠. 메뉴를 하나하나 늘려가다 보니 가로수길에 점포를 내게 됐구요. 이젠 연 매출만 300억 원에 달합니다."

이상윤 스쿨푸드 대표(44·사진)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생계'라고 운을 뗐다. 지금은 연매출 300억 원 규모의 어엿한 사장님이지만 20대 그의 삶은 '절박함' 그 자체였다.

"원래는 댄서였습니다. 가수들 뒤에서 춤을 추는 백업 댄서였죠. 롯데월드가 들어설 무렵인 1986년 김완선, 유인촌, 박상원 등의 선배들과 뮤지컬 공연도 했었죠. 인기를 얻자 가수 데뷔도 꿈꾸게 됐습니다."

이 대표가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선배'라고 부은 것은 연예계 생활이 길었던 이유도 있다. 댄서 생활을 하던 도중 1997년 남녀 혼성 댄스그룹 'C4'로 데뷔했다. 앨범도 두 장이나 냈지만 매니저와의 불화로 제대로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늑막염 결핵 진단까지 받게 됐다. 수차례 수술을 받으며 춤은 커녕 목숨마저도 위태로웠던 시기를 여러차례 넘겼다.

"밤무대 DJ로 근근히 먹고 살면서 김밥같은 분식으로 끼니를 때웠죠. 그러다가 2000년 친형과 아예 우리가 김밥을 팔아보자고 나섰습니다. 그 자금도 형이 카드깡으로 마련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논현동 반지하 빌라에서 '노다지김밥' 이름을 걸어놓고 열심히 김밥을 말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 형제의 김밥 장사는 '아이디어'와 고객 '니즈'를 반영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달걀말이를 넣은 '에그마리' 김밥은 순식간에 입소문을 탔다. 단골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주문도 쏟아졌다. 멸치를 볶아 넣은 김밥, 참치와 마요네즈를 넣은 김밥 등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진 메뉴들이었다. 월 18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수입도 꽤 쌓였고, 가로수길에 '스쿨푸드'가 2005년 자리를 잡게 됐다.
무일푼 백댄서, 6년 만에 300억 대박男 변신
"살던 곳 근처기도 했고 당시엔 가로수길이 그렇게 번화가가 아니었거든요. 가로수길은 스쿨푸드가 입점할 당시만도 현재와 같이 붐비는 길은 아니었어요. 신사역이 가까워 가게를 차리면 사람들이 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습니다. 어려서 신문배달을 했던 길이 가로수길이었거든요. 길 자체가 주는 아름다운 매력에 좋은 쉼터가 되기도 했고, 좋은 기억이 있는 가로수길에서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스쿨푸드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짱아치'도 가로수길 오픈했을 때 개발했습니다. 대충 때우는 김밥이 아니고 프리미엄 콘셉트로 접근했습니다. "

스쿨푸드는 개업 초 매출이 부진했으나 2006년부터 가로수길의 명물로 떠올랐다. 클럽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과 깔끔한 인테리어와 개성 있는 맛으로 손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컵라면의 면으로 끓인 라면,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비슷한 떡볶이, 각종 메뉴에 '오도독' 씹히는 장아찌가 20대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분식집 메뉴를 너무 비싼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 김밥은 3줄입니다. 한 줄당 따져보면 비싼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누구라도 음식을 먹게 되면 '아 이래서 이 가격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의지도 다집니다. 가격에 걸맞는 원재료, 비용투자, 서비스 등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저희가 마진을 많이 남겼다면 본점 가게를 이전했을리 없죠?하하."

스쿨푸드는 가로수길의 상권이 발달하고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쫒겨나다시피 본점에서 나왔다. '사업'에만 몰두하다 보니 나날이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기는 버거웠다는 것. 강남역으로 본점을 이동했다가 모태와 같은 가로수길에 이달 다시 매장을 열었다.

5개월 만에 컴백이었다. 가로수길점의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는 데다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들에게 기존 가로수길점이 아직도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을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 새로운 메뉴와 업그레이드한 콘셉트로 재오픈했다.

동시에 창업과 동시에 내놨던 '짱아치'는 공장을 세우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매실청으로 맛을 낸 이 메뉴는 가맹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대량 생산까지 나서게 됐다.

무일푼 백댄서, 6년 만에 300억 대박男 변신
현재 스쿠푸드 매장은 60개다. 직영점이 13개이고 나머지는 가맹점이다. 매장당 면적은 230~270㎡(70~80평)로 규모가 작진 않다. 지난해 매출은 300억원인데, 매장 당 매출은 월 7000만 원 선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 해외에는 미국 로스앤젤러스와 일본 도쿄에 가맹점 매장이 있다.

"저는 크게 욕심내지 않습니다.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돈을 버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거든요.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것도 해외시장에 진출한 것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점포 확장에 치중해 초기의 콘셉트를 버리고 싶진 않아요. 앞으로도 무리한 점포 확장은 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 대표는 현재 일본에 직영점포와 홍콩,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매장을 준비중이다. 그의 말처럼 현지 교포나 사업가들의 제안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을 넘어서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스토랑'으로 도약하는 첫 걸음마인 셈이다.

그는 스쿨푸드 외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에이프릴마켓'과 주점인 '모퉁이' 등으로 브랜드를 늘려가고 있다. 이 또한 고객의 검증을 받아 천천히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거칠게 20~30대를 살아온 그에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는 "항상 간절함으로 어떤 것이던 대하고 생각해 실행으로 옮기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온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