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을 전후로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벤처신화에 자극을 받은 토종 벤처들이 속속 등장했다. 기술로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당찬 도전이 벤처창업의 기폭제가 됐다. 이런 사회·경제적 분위기에서 당시로는 드물게 전력계통과 산업용 네트워크를 기반 기술로 하는 전력시스템 개발자들이 뭉쳐 패기와 젊음을 밑천으로 간판을 내건 회사가 있다.

산업용 전력자동화 분야 제조벤처인 네오피스(대표 구춘서·사진)가 주인공이다. 산업용 전력자동화는 제품개발 후 바로 시장 출시가 이뤄지는 일반적인 정보기술(IT) 분야와 달리 공인시험기관의 인증시험과 성능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적용 실적 등이 요구된다. 따라서 많은 비용과 기간이 들어간다.

창업 초기 2~3년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공급과 기술용역 등을 통해 자본의 열악함을 보완해온 네오피스는 배전자동화, 전자식 전력량계 및 원격자동검침(AMR) 시스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디지털 전력자동화 기기와 원격무인운전이 가능한 자동화시스템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통신장치 및 원격감시설비(RTU) 등을 자체 개발하면서 플랜트 현장에서 경쟁력을 쌓아갔다.

외산 고가 제품 일색이던 플랜트 현장에서 국산 제품의 우수성과 가격경쟁력을 각인시킨 이 회사는 해외시장까지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보호계전기, 파워미터 및 원격감시제어 턴키시스템은 국내 유수의 철강플랜트, 반도체 생산라인, 신항만, 도로공사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등 고도의 신뢰성이 요구되는 현장마다 적용됐다.

최근에는 전력감시 제어시스템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IEC 61850’ 기반의 발전소용 ECMS(주 제어설비와 발전소 내 전력계통을 감시하는 설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500㎿급 화력발전소에 설치, 운전 중이다.

구춘서 대표는 “글로벌 전문기술 개발사업을 통해 별도의 타코미터와 토크미터 없이 모터로 구동되는 통합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며 “2014년 상용화를 목표로 유관 기관과 기술교류 및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직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다”며 “후배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선배 엔지니어들과 교감하고 기술을 전수받아 미래 산업의 먹거리를 창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