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에 이어 민주통합당도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지난 9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6대 국회 쇄신안을 발표한 뒤 그중 하나였던 ‘무노동 무임금’에 따른 세비 반납을 실제로 강행하자 민주당도 뒤따라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책 중에는 위헌 소지가 있는 방안이 포함돼 있고 여야가 첨예하게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있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의원연금제 폐지 △영리 목적의 겸직 금지 △국민소환제 도입 검토 △면책·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 △의원 윤리 심사 및 국회윤리특별위 강화 등 5가지다. 새누리당의 6대 쇄신안과 비교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빠져 있는 대신 ‘국민소환제’가 들어가 있다.

이 의장은 “기본적으로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찬성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의 행태는) 국회 공전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아직 개원 전이지만 각종 자료를 검토하고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등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당론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엄밀히 말해 세비 반납분은 국고로 귀속돼야 하는데 이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새누리당 지도부가 걷어 어디다 기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진정한 반납으로 보기 어려운 데다 특정 단체에 기부했을 경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아울러 황주홍 의원이 지난 22일 대표 발의한 국민소환제와 관련해서는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방향에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직을 헌법상 근거도 없이 법률 개정만으로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위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의원이 소신에 따라 펼치는 활동에 대해 이익단체나 정치권이 압박용으로 남용할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이 광주에서 야권연대로 당선됐으나 최근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사태로 해당 지역구(서 을)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오병윤 진보당 의원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황 의원과 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황 의원 측 관계자는 “지자체장(강진군수) 출신으로서 그동안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이를 총선 공약으로 내놓았고 이제 실천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소환 요건 등 보완장치를 마련한 뒤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연금제 폐지, 의원직 겸직 금지 등은 원칙적으로는 여야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의원연금 폐지는 18대국회 이전까지 소급하느냐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다. 겸직 금지는 해당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면책·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해 민주당은 헌법상 보장된 의원의 권리인 만큼 남용을 방지하는 선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호기/이현진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