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화에 편중된 보유 외화를 호주 달러 등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25일 국제통화기금(IMF) `외화보유액 통화별 구성보고서(COFER)'를 보면 중앙은행들이 최근 4년 동안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노르웨이 크로네 등 `소수통화(other currencies)'의 보유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미국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스위스 프랑 등 주요통화 중심의 외화자산을 다변화하려는 목적에서다.

전체 중앙은행의 외화 포트폴리오에서 소수 통화 비중은 2008년 이전에 1~2% 정도였으나 2011년에는 12%로 급증했다.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이 외화보유액에 호주달러를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화보유액의 1%를 호주달러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준비 통화로서 장기간 절대적인 위상을 유지해온 미국 달러화의 명상이 퇴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위축된 것은 미국 정부의 부채 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달러화는 지난해 초 심각한 재정난 때문에 약세를 보였다가 워싱턴 정가가 단기 해법을 내놓고서야 가까스로 안정됐다.

그러나 급한 불만 껐을 뿐 재정난을 본질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어서 미국 부채 문제는 2013년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 채무는 최근 10년간 3배가량 늘어 15조6천억달러에 달한다.

연말까지는 16조4천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IB)인 레이몬드 제임스 파이낸셜은 "장기 문제인 적자를 너무 성급하게 줄이려고 하면 경제 회복을 해치고 적자 문제를 되레 악화시킬 수 있다"면서 "미국은 2013년에 '재정 절벽'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미국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자 불안감을 느낀 각국이 대체 통화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대체 통화로는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캐나다 달러 등이 주목받고 있다.

원자재 통화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이들 통화는 2009년부터 원유ㆍ금 가격이 급등하자 비슷한 속도로 상승했다.

캐나다 달러가 유가와, 호주 달러는 금값과 긴밀한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금은 그 자체로 지급준비금통화의 역할을 하므로 호주 달러가 각국 중앙은행에서 최근 다른 원자재 통화보다 더 인기를 끈다.

각국 중앙은행이 아시아 지역 통화 비중을 늘리는 점도 호주 달러가 매력적인 요인이다.

영국 투자은행인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예스퍼 바그만 아ㆍ태 외환 담당 수석은 "중앙은행들이 통화 송금 제한과 부족한 유동성을 회피하려면 호주 달러가 가장 좋은 대체 통화가 될 것이다"고 호평했다.

호주 달러가 저평가됐다는 점도 장점이다.

바그만 수석은 "올해 2월 이후 미국 달러 대비 호주 달러가 3.4% 평가절하됐다"고 전했다.

호주 달러는 최근 최대 무역 대상국인 중국의 경제둔화 우려로 평가절하 압박을 받아 왔다.

바그너 수석은 "호주 달러가 앞으로 몇 주 후에 반등을 시작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