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손목 자르고…허위 실종신고…살벌한 보험사기
보험금을 노리고 멀쩡한 자신의 손목을 절단하거나 위장결혼 후 아내가 실종된 것처럼 꾸며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한 보험 사기범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반장 허철호 부장검사)은 상해특약보험에 가입한 후 사고로 위장해 손목을 절단하고 2억여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임모씨(41)를 구속기소하는 등 보험사기범 13명을 적발해 12명을 기소하고 1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거액의 도박 빚을 지고 있던 임씨는 모두 11개의 상해특약보험에 가입하고 1회 보험료만 낸 뒤 2009년 12월 공장 철판 절단기에 고의로 자신의 손목을 집어넣고 도박을 함께했던 공범 이모씨(36)에게 절단기를 작동하게 했다. 임씨는 6개 보험회사로부터 2억7700만원을 청구해 받아내고 나머지 6억3800만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다 ‘고의사고로 의심된다’는 금융감독원의 제보로 수사에 나선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또 자기가 일하던 모텔의 사장 이모씨(41·별건 구속기소)와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고 생명보험에 가입한 후 잠적해 보험금을 타내려 한 혐의로 최모씨(30ㆍ여)를 붙잡았다. 이들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최씨 이름으로 생명보험 13건에 가입한 뒤 잠적했다. 보험금액은 60억원에 달했다. 이씨는 최씨의 실종신고를 했고 2010년 5월 장기간 생사불명인 사람을 사망한 것으로 보는 실종신고심판이 확정되자 보험금 24억원을 청구했다가 적발됐다. ‘사고를 빙자한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의 보험계약으로 추정된다’는 법원 선고로 이씨는 조사를 받게 됐고 결국 지난해 9월 범행이 들통난 것. 이씨는 지난해 9월 구속됐고, 최씨는 가족들의 설득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해 범행을 자백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동생의 암 치료를 위해 국민건강보험증을 빌려줬다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7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조선족 나모씨(52·여)는 불법체류 중인 중국 국적의 여동생이 난소암에 걸리자 자신의 국민건강보험증으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총 27회에 걸쳐 난소암 수술 및 치료를 받게 했다. 나씨 본인이 수술받은 것으로 판단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로 1600만원을, 보험사는 암진단급여금으로 2200만원을 지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 암 수술을 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병원 진료기록부 등을 꼼꼼히 검토하지 않아 이 같은 범죄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 홍모씨(74ㆍ여)는 1995년 1월 숨진 오빠를 살아있는 것처럼 꾸며 지난 14년간 매년 오빠이름의 연금보험금 1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보험사는 연간 보험지급액이 많지 않아 가족관계등록부나 재적증명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홍씨에게 연금보험금을 지급해왔다.

이 밖에 화재사고 피해액을 부풀려 청구한 예식장 업주, 경미한 교통사고 환자에게 과잉진료한 병원장 등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