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신석기인들이 ‘밭’을 일궈 농작물을 재배한 사실을 보여주는 경작(耕作) 유구가 강원 고성 문암리 유적에서 확인됐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밭 유적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일본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10년부터 발굴 조사해온 고성 문암리 선사유적(사적 426호)에서 동아시아 최초의 신석기시대 밭 유적으로 추정되는 고고학적 흔적을 찾았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확인된 밭 유적 중 가장 빠른 시기의 것은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400년)다. 한반도의 신석기시대 농경은 돌괭이 뒤지개 보습 갈판 갈돌 등 석기와 조 기장 등의 탄화곡물 흔적을 근거로 존재 가능성을 추정해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유적에서 발굴된 밭은 크게 상·하 2개 층으로 구분된다. 상층 밭은 전형적인 이랑 밭 형태를 띠지만, 청동기시대 밭 형태와 비교할 때 두둑과 고랑 너비가 일정하지 않고 이랑이 나란하게 이어지지 않는 고식(古式) 형태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하층 밭은 상층 밭과 다르게 복합구획을 한 형태로 원시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신석기시대 중기(기원전 3600~3000년)의 짧은빗금무늬토기 등 토기편과 돌화살촉, 이 층을 파고 만든 신석기시대 집자리 1기도 확인돼, 이 유적은 신석기시대 중기에 속하는 유적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연구소는 농경과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유적 퇴적환경 분석, 규산체 분석, 토양 미세형태학적 분석 등의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물체질(water-sieving, water-floatation) 등의 방법으로 이곳에서 재배했을 식물 종류를 확인하고, 더 정확한 유적 연대 결정을 위해 방사성탄소연대측정(AMS)과 광자극루미네선스측정(OSL) 등의 분석도 할 계획이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