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무더운 여름이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위는 달갑지 않은 손님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릿느릿 자연을 벗삼아 걷고 싶은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도심에서 자연을 만나는 방법(your Best Way to Nature)’을 테마로 만든 코오롱스포츠의 ‘그린트레일’ 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날씨에 활용하기 좋은 코스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있는 ‘걷기 좋은 아름다운 길’을 찾아가기 쉽게 알려주자는 취지다.

그린트레일은 도심에 있는 가까운 코스인 데다 코스별 소요 시간도 반나절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1회 부암동, 북촌, 상수동에 이어 2회에선 남산, 사직동, 성북동 코스를 소개했다. 이번달에는 서울 강동과 은평 2곳의 그린트레일을 걸어보자.

◆친환경 도시의 운치…강동 코스

강동구 코스는 말 그대로 친환경 산책로다. 가족 또는 연인끼리 부담없이 한바퀴 걸을 수 있는 도시 텃밭과 공원들이 모여 있어서다.

강동 코스는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1번출구에서 시작된다. 주공아파트단지 길로 내려오다보면 30년 넘는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조성된 나무들이 반겨준다. 단지 길을 걷다가 407동 앞에 서면 ‘강동구 친환경 도시텃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주민들이 직접 친환경 농산물을 가꾸고 수확할 수 있다. 1계좌에 5만원가량 내면 약 16.5㎡(5평) 크기의 텃밭을 1년 동안 분양받을 수 있다.

도시텃밭을 뒤로 하고 왼쪽 길로 동구 밖까지 걸어나온 뒤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횡단보도를 건너 ‘낙지 주차장’ 옆길로 가면 일자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일(一)자로 된 숲길이 편안한 산책을 돕는다.

일자산공원 왼쪽길을 따라가다보면 잔디공원과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이 나온다. 이 캠핑장은 인터넷 예약제로 운영되는 가족 캠핑장이다.

캠핑장을 뒤로 하고 타이어길을 따라 올라가면 허브천문공원이 나온다. 2006년 개원한 이곳은 색의 정원, 감촉의 정원, 향기의 정원, 차의 정원, 맛의 정원 등으로 분류된 허브원과 자생원, 약초원, 암석원, 온실, 전망대, 놀이터, 산책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120여종의 허브와 각종 약용실물, 자생식물이 심어져 있어 아이들 교육용으로 제격이다.

허브의 향기를 맡으며 휴식을 취한 뒤 공원 반대편으로 계단을 내려와 대로에서 왼쪽으로 건너면 강동 코스의 마지막인 길동 생태공원이 나온다. 서울시가 ‘공원 녹지 확충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논과 밭으로 쓰던 곳을 생태 복원한 이곳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했다. 이곳은 자유관찰지역과 제한관찰지역으로 나뉜다. 자유지역은 생물 서식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여러 명이 동시에 둘러볼 수 있다. 제한지역은 인솔자가 동행해야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길동생태공원에는 찌르레기, 직박구리 등 희귀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고 싶다면 미리 홈페이지(parks.seoul.go.kr/gildong)에서 예약을 해야 한다.


둔촌지역 걷기 가이드

5호선 둔촌동역 1번출구 - 주공아파트 단지길 - 계속 직진 - 1단지 4단지 405동 옆길 - 407동 앞 - 강동구 친환경 도시텃밭 - 왼쪽길 - 동구 밖 - 삼거리에서 좌회전 - 횡단보도 건너서 착한 낙지 주차장 옆으로 - 강동그린웨이 일자산공원 - 왼쪽 길로 - 길 따라 가면 잔디공원 - 윗길 - 가족캠핑장 - 타이어길 - 허브천문공원 -반대편 내려가는 길 계단 내려와 대로에서 왼쪽 - 길 건너 - 오른쪽 길동생태공원(총 3시간가량 소요)


◆먹고 읽고 걷는 여유…은평구 코스

산책로라면 보통 오전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은평구 코스는 출출해지기 쉬운 오후에 걸으면 더 좋다.

은평구 코스는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에서 출발한다. 연신교회와 파주 한우마을을 지나면 은평구립 도서관이 나온다. 이곳은 2001년 한국건축문화 대상을 받은 곳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화전과 전시회, 가족영화제, 어린이인형극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도서관을 뒤로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46년 전통의 연서시장이 나온다. 이곳은 서울 서북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기름 냄새의 방앗간, 제철 과일을 파는 곳과 짭조름한 반찬가게 등이 눈에 띈다. 조금만 들어가면 순대국, 칼국수, 김밥, 추어탕, 족발 등을 파는 먹자골목이 나온다. 엉덩이를 겨우 걸칠 만한 동그란 의자 몇 개만 놓여 있는 식당들은 40년 넘는 기간동안 손맛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출출한 배를 채운 뒤 구산역 방향으로 건너가면 대조동 주민센터 옆에 있는 꿈나무 어린이 도서관이 나온다. 이 도서관은 2002년 소규모 도서 사랑방으로 시작해 점차 규모를 키운 곳이다.

도서관 왼쪽의 큰길을 따라 걷다보면 허름하지만 운치있는 카페 ‘낙천주의자들’이 나온다. 건물 외관과 내부 계단 모두 빈티지한 느낌으로 꾸며진 이곳은 혼자 찾아가도 부담없는 구조다.

카페에서 나와 예일디자인 고등학교를 지난 뒤 서부경찰서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경찰서 맞은편에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이 나온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책, 절판돼서 만나기 어려운 책 등 엄선된 4000여권의 헌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매월 둘째·넷째 금요일에는 ‘심야책방’이 열린다.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음악, 영화 등 다양한 경험을 나누는 문화활동이다. 은평 코스의 마무리는 상쾌한 강바람이다. 불광천은 은평구 불광동을 기점으로 역촌동, 응암동, 증산동과 서대문구를 거쳐 한강까지 이어지는 자연하천이다.


은평지역 걷기 가이드

연신내역 3번출구 - 연신교회 - 파주한우마을 - 은평구립도서관 - 연서시장 - 연신내역 5번출구 근처 횡단보도 구산역 방향으로 건넘- 대조공원(걸리버의 저녁초대)- 대조동주민센터 옆 꿈나무어린이도서관 - 연서로 20길- 낙천주의자들(카페) - 카페를 나와 구산역 방향으로 직진 - 4번출구에서 3번출구 쪽으로 길 건넘 - 예일디자인고등학교 반대쪽으로 길 건너 - 서울인조별서유기비 - 연서로 14길 - 역촌동교회 - 큰길로 나와 서울서부경찰서 쪽으로 횡단보도 건넘 - 경찰서 맞은편 이상한나라의 헌책방 응암 방향으로 직진- 불광천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