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영국 연료전지 업체인 ‘롤스로이스 퓨얼셀 시스템스’를 인수하며 녹색사업에서 또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산업용이나 가정용 발전기를 만들고 전기차에도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연료전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녹색 사업을 그룹의 핵심 분야로 육성하겠다는 구본무 회장의 ‘그린 웨이’가 본격화되고 있다.

○왜 인수했나

LG가 28일 인수한 롤스로이스 퓨얼셀 시스템스는 2005년부터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개발해 온 회사다.

전해질을 고체산화물로 쓰는 SOFC는 이미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를 만들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인산연료전지(PAFC)나 용융탄산염연료전지(MCFC)보다 발전효율이 20%가량 높은 게 장점이다.

SOFC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앞서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 생산 원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료전지 시장 자체가 작아 판로 확보도 관건이다.

LG와 롤스로이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료전지 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었다. LG가 51% 지분을 획득해 사명을 ‘LG퓨얼셀시스템즈’로 바꿨지만 나머지 지분 49%는 롤스로이스가 그대로 보유한다.

LG는 우선 연료전지를 공장 및 대형 건물의 자체 발전기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년 내 컨테이너 박스 하나 크기로 개발, 전기를 많이 쓰는 반도체나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시설, 고층 빌딩 등의 비상 발전기로 납품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툭하면 튀어 나오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사능 우려를 갖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세울 필요성도 줄어든다.

기술 개발로 연료전지 크기를 대폭 줄이면 가정용은 물론 전기차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료전지가 전기차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에 소형 발전기를 달면 배터리 용량 한계와 전기 충전 시설 부족으로 장거리 주행이 힘든 전기차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연료전지가 찰떡궁합으로 합쳐지면 전기차 시장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셈이다.

LG는 현재 전기차 배터리 분야 1위에 올라 있으며 차량 설계 전문 계열사인 브이이엔에스(V-ENS)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부터 배터리팩, 인버터, 충전기 등을 시험 생산할 예정이다.

○그린 비즈니스 반경 확대

LG가 연료전지 사업을 새로 시작하면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그린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2010년 4월 구 회장이 2020년까지 그룹 매출의 15%를 그린 분야로 채우겠다는 ‘그린 2020’ 전략을 발표한 뒤 LG는 녹색 사업을 키우는 데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3월과 8월 LS엠트론의 공조사업과 수처리업체인 대우엔텍을 각각 손에 넣었다. 작년 8월에는 GM과 전기차 분야에서 제휴했다. LG하우시스는 알루미늄과 기능성 유리 분야에서 합작사를 설립했고 LG전자는 히타치와 수처리 합작사를 만들었다.

2년여간 전기차, 수처리, 그린빌딩, 친환경 유리 사업에 이어 연료전지 분야까지 발빠르게 사업 행보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LG 관계자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이 그룹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으면 그린 사업으로 혁신을 하겠다는 ‘그리노베이션(green+innovation)’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연료전지

수소와 공기 중에 있는 산소를 합치면 물과 열이 발생하는데 이 중 열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 수소 연료전지라고도 하며 전류를 흐르게 하는 물질인 전해질(인산, 용융 탄산염, 고체 산화물)에 따라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연료전지 시장은 2020년에 4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