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에 3조 '수혈'
정부가 자금난에 빠진 중소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은행권이 갖고 있는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권 2조원어치도 매입, PF 사업장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도로 8조5000억원의 자금을 동원, 하반기 경기 하강에 대비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2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당초 예상한 3.7%보다 훨씬 낮은 3.3%에 머물 것으로 보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해당하는 돈을 풀기로 했다.

건설사 자금 지원은 신용보증기금이 중소 건설사의 회사채를 매입, 신용을 보강한 뒤 유동화증권(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소한 건설사가 흑자부도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갖고 있는 건설사 PF 채권 매입은 은행이 설립한 부실자산 정리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를 통해 이뤄진다.

정부가 풀기로 한 자금은 △각종 기금 증액 2조3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투자 확대 1조7000억원 △예산 집행 확대를 통한 재원 4조5000억원 등 8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3조원의 설비투자펀드까지 만들기로 해 실질적인 자금 공급 규모는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국회 동의와 국가부채 증가를 피하기 위해 가용범위 내에 있는 재원을 총 동원해 준(準)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 생계비와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집이 안 팔려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자가 된 경우 올해 말로 끝나는 취득세 감면 기간을 연장하고 월세 등 임대료 소득공제 한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하반기 글로벌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지면 이날 마련한 경기대응책과는 별도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