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증시, 마켓고수에게 묻다④]엄준호 "특수 상황, 가격을 사고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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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기로 흔들리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당분간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가격'을 사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흔하지만 중요한 격언을 떠올리면서 상승장을 대비할 필요는 있습니다."
엄준호 키움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사진·38)은 2010년 말 키움자산운용 출범 때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다. '키움 승부' 주식형 펀드를 간판 펀드로 키워내면서 키움자산운용이 올 1분기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 상반기 3위를 차지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엄 팀장은 업종을 압축한 투자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워 숱한 고비들을 넘어왔다. 하지만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통해 예측하기 힘든 현재 위기 장세에 대응하고 있는 다른 비법도 털어놨다.
◆ 경기 사이클별, '잘 나가는' 업종은 따로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증시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함께 오르고 내리던 업종들의 차별화가 극심해진 것이죠. 위기 대처능력 강화로 대외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 업종이 있는 반면 지수 상승기에도 소외되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엄 팀장은 '키움 승부' 펀드의 큰 그림을 업종별 세분화를 통해 그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유럽 재정위기 이후 IT(정보기술), 올 상반기 '은삼차(은행주·삼성전자·자동차주)' 주도의 장세가 나타날 때마다 시기를 잘 맞춰 대응했다.
"작년 상반기는 경기가 좋아지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방어주의 편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차화정'을 담아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금융주의 비중을 최소화했던 것이 유럽 재정위기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던 비법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을 대비해 IT주의 비중을 높였었죠."
엄 팀장은 '섹터 매니저' 체제를 도입해 IT는 전기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로 자동차는 완성차, 부품, 소재 등으로 업종을 보다 세분화 해 접근하고 있다. 이처럼 업종별 접근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 순환 국면별로 수혜를 보는 업종이 다르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유럽 정치 리스크로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있는 지금은 철저히 '중립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80~1900포인트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지수가 오를 호재도 추가 급락할 악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거죠.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현재 업종별 비중을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200을 벗어나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조정했습니다. 한 업종의 비중이 이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그 만큼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 "3분기 희망이 보인다…당분간은 지수 대응"
엄 팀장은 그러나 이런 특수한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의 '키 플레이어'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 경제의 자생력이 생기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도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통한 정부 정책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제 유로존에서 재정통합 등에 대한 가시적인 정책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증시는 방향성을 곧 잡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의 결단이 남아있는 거죠."
이러한 변화는 올 3분기 쯤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엄 팀장은 "12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유럽 문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며 "유럽내 협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망가진다는 변수도 있기 때문에 3분기 내에는 정책적인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 전까지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면서 코스피지수가 1700선 후반~1800선 초반에 머물 때는 분할 매수에 나서고, 이익이 나는 구간에서는 매도하는 전략을 반복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엄 팀장은 "'키움 승부' 펀드 또한 위기 국면에 맞게 코스피 1800선 이하에서는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싼 주식, 개별 종목을 주목하고 있다"며 "주식형 펀드 또한 지수를 기준선으로 잡고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들은 인기를 많이 얻은 만큼 이미 그 정점을 지났다고 본다"며 "넓은 시각으로 보면 유럽문제는 해결 국면에 진입해 있고, 지수도 장기 사이클상 바닥 국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슬슬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투자 비중을 옮기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
엄준호 키움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사진·38)은 2010년 말 키움자산운용 출범 때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다. '키움 승부' 주식형 펀드를 간판 펀드로 키워내면서 키움자산운용이 올 1분기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 상반기 3위를 차지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엄 팀장은 업종을 압축한 투자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워 숱한 고비들을 넘어왔다. 하지만 <한경닷컴>과 인터뷰를 통해 예측하기 힘든 현재 위기 장세에 대응하고 있는 다른 비법도 털어놨다.
◆ 경기 사이클별, '잘 나가는' 업종은 따로 있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증시 체질이 바뀌었습니다. 함께 오르고 내리던 업종들의 차별화가 극심해진 것이죠. 위기 대처능력 강화로 대외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는 업종이 있는 반면 지수 상승기에도 소외되는 업종이 있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엄 팀장은 '키움 승부' 펀드의 큰 그림을 업종별 세분화를 통해 그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유럽 재정위기 이후 IT(정보기술), 올 상반기 '은삼차(은행주·삼성전자·자동차주)' 주도의 장세가 나타날 때마다 시기를 잘 맞춰 대응했다.
"작년 상반기는 경기가 좋아지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방어주의 편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차화정'을 담아 좋은 성과를 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금융주의 비중을 최소화했던 것이 유럽 재정위기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었던 비법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경기가 바닥을 찍을 것을 대비해 IT주의 비중을 높였었죠."
엄 팀장은 '섹터 매니저' 체제를 도입해 IT는 전기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로 자동차는 완성차, 부품, 소재 등으로 업종을 보다 세분화 해 접근하고 있다. 이처럼 업종별 접근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 순환 국면별로 수혜를 보는 업종이 다르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유럽 정치 리스크로 지수가 박스권에 갇혀있는 지금은 철저히 '중립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80~1900포인트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안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입니다. 지수가 오를 호재도 추가 급락할 악재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거죠.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현재 업종별 비중을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200을 벗어나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조정했습니다. 한 업종의 비중이 이보다 높거나 낮을 경우 그 만큼 리스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 "3분기 희망이 보인다…당분간은 지수 대응"
엄 팀장은 그러나 이런 특수한 상황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문제를 풀 수 있는 정답은 이미 나와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의 '키 플레이어'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목했다.
"미국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 경제의 자생력이 생기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도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통한 정부 정책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제 유로존에서 재정통합 등에 대한 가시적인 정책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증시는 방향성을 곧 잡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의 결단이 남아있는 거죠."
이러한 변화는 올 3분기 쯤에는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엄 팀장은 "12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유럽 문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것"이라며 "유럽내 협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망가진다는 변수도 있기 때문에 3분기 내에는 정책적인 방향성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 전까지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면서 코스피지수가 1700선 후반~1800선 초반에 머물 때는 분할 매수에 나서고, 이익이 나는 구간에서는 매도하는 전략을 반복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엄 팀장은 "'키움 승부' 펀드 또한 위기 국면에 맞게 코스피 1800선 이하에서는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싼 주식, 개별 종목을 주목하고 있다"며 "주식형 펀드 또한 지수를 기준선으로 잡고 가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들은 인기를 많이 얻은 만큼 이미 그 정점을 지났다고 본다"며 "넓은 시각으로 보면 유럽문제는 해결 국면에 진입해 있고, 지수도 장기 사이클상 바닥 국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슬슬 '고위험·고수익' 상품으로 투자 비중을 옮기는 게 좋다"고 추천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