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축구경기라면 40대는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시작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 경제활동이 왕성해 소득이 늘지만 지출도 많은 40대. 이들의 노후준비 성적표는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직장인의 절반가량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자녀 교육비와 주택자금 때문에 은퇴준비에 대해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인생 중반인 40대는 이미 사회생활을 10년 이상 한 시기다. 여전히 늦지는 않았다. 은퇴 후 노후생활을 아름답게 보내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먼저 은퇴자금으로 준비해야 할 목표자금을 산출하는 게 필요하다. 목표자금은 은퇴시기와 매달 필요한 생활비, 물가상승률, 투자수익률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40세인 사람이 60세부터 20년 동안 현재가치로 매달 300만원의 생활비를 사용하기 위해 60세까지 준비해야 할 금액은 11억8800만원이다. 투자수익률 연간 4%, 물가상승률 3%를 각각 반영했을 때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목표자금을 정확히 산출하고 저축 및 투자방안을 찾아야 한다.

둘째 현재 시점의 재무상태를 분석하고 은퇴자산 구조를 다양화해야 한다. 대부분 자산형태가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나뉘어 있을 것이다. 이 중 은퇴자금용 자산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족한 은퇴자산을 확보하도록 하자. 은퇴설계의 주 목적은 노후 생활자금 확보다. 안정성과 유동성이 가장 중요하다.

은퇴생활을 부동산 자산 하나에 치중하면 하우스푸어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부동산과 예금, 연금 등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금보험은 일정 금액의 연금을 종신 동안 보장받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유리하다. 변액연금의 경우 주식형과 혼합형, 인덱스형, 채권형 등 다양한 펀드로 운영된다. 연간 12회까지 펀드를 변경할 수 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고수익을 좇기보다 적절한 분산투자로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하루라도 젊을 때 일찍 시작해야 한다. 노후준비의 길은 일찍 시작할수록 완만하고 쉽게 오를 수 있다. 늦으면 가파르고 힘들게 올라야 한다. 나이 30세에 시작하면 걷고, 40엔 뛰게 되며, 50세엔 가파른 암벽을 타야 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60세 은퇴시점에 10억원을 만들기 위해 15년간 연 8%짜리 복리상품에 매달 저축한다고 가정하자. 30세에 시작하면 월 97만원씩 저축하면 된다. 40세면 월 209만원씩 두 배 이상 저축해야 한다. 노후준비는 돈이 아니라 시간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를 톡톡히 누리려면 지금 시작해야 한다.

넷째 은퇴를 준비할 때는 예상보다 오래 살 위험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남성 76세, 여성 82세다.

이는 현재 통계일 뿐 전문가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오래 살 위험을 충분히 고려한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남녀 결혼 연령차이는 평균 3세인데, 기대수명까지 고려하면 아내는 10년 이상을 혼자 살 가능성이 높다. 배우자의 남은 삶도 함께 고려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은퇴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설계가 돼야 한다. 은퇴자금은 장기간에 걸쳐 사용해야 한다. 화폐가치의 하락 위험을 감안한 설계여야 한다. 매년 3% 정도 물가상승을 예상하면 동일한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하다. 최소 10년 이상 장기운용이 가능한 40대 초반이라면 인플레이션 헤지 및 복리효과도 누릴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 50대가 가까운 40대 후반이라면 안정적인 공시이율형 상품이 적합하다.

전 세계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다. 향후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한 긴 노후를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40대라면 노후설계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체계적인 재무설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민만기 교보생명

민만기 < 교보생명 광주노블리에센터 웰스매니저(W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