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언젠가는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 미리 준비를 해 왔습니다. ”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겠다고 공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법률대리인으로 확정된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 변호사(50·사진)는 “국가를 돕는 게 한국 변호사인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만난 김 변호사는 1호 ISD로 비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번 사건의 무게감을 의식하며 “맡고 싶은 사건이었지만 막상 맡고 나니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상사중재위원회의 아시아 최초 사무총장에 오른 국제중재 전문가인 그는 이번 사건에서도 중책을 맡는다.

론스타는 지난 5월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한국ㆍ벨기에 투자협정에 따라 6개월 내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 절차에 회부하겠다’고 통보했다. 론스타는 지난 4월 국세청의 세금 부과에 불복, 국내 금융당국을 상대로 소송하겠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론스타가 예고한 대로 11월에는 ICSID에서 우리 정부의 제1호 ISD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을 대리한 국제중재 사건에서 론스타를 이긴 경험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론스타는 변호사 1000여명을 거느린 미국 로펌 시들리 오스틴을 선임해 ISD 전 단계인 6개월 협상 기간 및 ISD 제소 이후 단계까지 준비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론스타가 지금까지 제기한 문제는 국제중재 대상이 되지 않거나, 된다 해도 정부가 책임을 질 상황은 명백히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CSID 중재 대상이 되려면 론스타가 투자자에 해당돼야 하고, 국제중재의 투자 개념에 맞아야 하며, 절차상 문제가 없어야 하기 때문에 ICSID가 본격적인 ISD 절차에 착수하기 전 론스타의 주장이 ISD 요건에 맞는지부터 확인하게 된다. ICSID가 이 사건을 ISD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법원의 ‘각하’ 판결과 유사한 결정을 내려 ISD 절차까지 가지 않게 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