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의 특징은 △고용안정성 등을 제고하기 위한 기업규제 강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복지 강화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선심성 법안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경제민주화와 복지 화두 선점을 놓고 여야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게 입법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기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의 각 대선후보 캠프가 본격 가동되면 반기업적이고 포퓰리즘 성격을 띤 정책이 더 많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업 발목 잡는 법안 ‘봇물’

여야는 최근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된 법안만 6개를 제출했다. 정부가 재래시장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등을 규제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이보다 더 강력한 규제법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지난달 28일 대형마트뿐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준대형마트와 중형마트도 영업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 법안은 매장면적 합계가 1000~3000㎡인 점포를 준대형마트로 규정하고 전통시장 1㎞ 이내에 출점을 금지하고 있다. 매장면적이 500~1000㎡인 점포는 중대형마트로 분류해 전통시장 500m 이내 출점을 막는다. 현행법은 전통시장 1㎞ 이내에 3000㎡ 이상 대형마트의 입점을 금지하고 있다.


대기업 그룹이 받는 배당금에 이중과세를 허용해야 한다는 법안도 나왔다.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26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한 법인들 간 배당소득에 이중과세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으로 지난달 기준으로 총 63개다.

현행법은 회사가 법인세와 배당소득세를 이중으로 내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대기업 그룹에 속한 기업들이 계열사의 주식으로 배당금을 받으면 여기에 배당 소득세를 물리자는 것이다. 홍 의원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 및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1일 “결국 주주에게 경제적인 불이익을 주자는 것”이라며 “주주 중에는 기업주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있기 때문에 이중과세를 택한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 개정안’은 기업이 기간제근로자의 고용과 해고를 어렵게 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은 근로자 최저임금을 전체 평균 급여의 50% 이상으로 한다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제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4580원에서 5600원으로 22.3% 오른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근로자 수 300인 이상 민간기업은 청년 미취업자를 매년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해 ‘사실상 민간기업 고용 할당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 복지 확대를 통한 선심 경쟁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공약으로 내세운 무상급식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무상급식의 근거 조항이 될 이 법안은 정부가 급식 비용의 50%를 부담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감과 협의해 나머지를 분담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주택 임차인에게 정부가 임차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도 제출했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과 직결된 것들도 적지 않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각 산업 분야의 순이익을 조사·분석한 뒤 해당 순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분야에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황 의원의 지역구는 강원도 홍천·횡성이다.

경기도 남양주을이 지역구인 박기춘 민주당 의원은 광역철도 사업 비용 부담을 정부 75%, 지자체 25%로 하자는 내용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 정부 비용 부담률은 60%다. 경기도는 남양주까지 지하철 연장을 추진 중이다.

경남 김해을의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낸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 운영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태훈/이현진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