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음식물처리기 업계에 암흑과도 같은 시기였다. 금융위기에다 한 공중파방송에서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문제점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사태가 겹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부 음식물처리기가 양문형 냉장고 한 대와 맞먹는 전기를 소비하는 ‘전기먹는 하마’라고 지적했다. 또 미생물 발효 방식으로 음식물을 분해할 때 악취가 심하게 나는 점도 문제 삼았다.

방송 후 수많은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에코포유의 최호식 사장(43·사진)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회사를 설립해 잘나가던 그도 주문 급감과 자금난이라는 ‘태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부도를 맞고 회사를 접어야 했다.

최 사장은 2009년 ‘매직카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회사를 설립했다. 과도한 전기 소모량과 냄새라는 문제점을 개선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가 2년여간 연구 끝에 지난해 10월 내놓은 제품이 ‘스마트 카라’. 미생물 발효방식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를 건조시켜 가루 형태로 처리하는 분쇄 건조방식 제품이다. 최 사장은 평균 10시간 이상 걸리던 음식물 처리 시간을 3~4시간으로 줄였다. 전기 소모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가격도 경쟁사 제품에 비해 절반 수준인 30만원대로 떨어뜨렸다.

제품이 나오자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8개월 만에 1만대 넘게 팔렸다. 특히 지난 3월부터 시작한 홈쇼핑에서는 첫 방송부터 8회차까지 계속 매진을 기록했다.

육군사관학교 47기로 1991년 임관한 최 사장이 음식물쓰레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대위로 예편한 후 대우정보시스템 기획실을 거쳐 대한항공에서 조종사 훈련을 받기도 했던 그는 2002년 지인으로부터 음식물처리기 사업을 함께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다.그는 “집에서 직접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얼굴을 찡그린 기억이 났다”며 “음식물처리기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금융위기에 방송사태까기 겹쳐 시장이 잠시 위축되긴 했지만 잠재 가능성이 충분히 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매직카라의 매출도 지난해 12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분기에만 20억원을 올렸다”며 “연말까지 100억원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