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1·2위
패기와 관록의 대결…규칙 변경으로 신종훈 유리
런던라이벌…신종훈 vs 저우쉬밍
한국과 중국은 2012 런던올림픽 남자 복싱에 각각 2명, 5명의 선수를 출전시킨다.

두 국가가 강력하게 금메달을 자신하는 체급은 단 하나인데 공교롭게도 같다.

복싱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 미만)이다.

한국의 신종훈(23)과 중국의 저우쉬밍(31)이 자국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런던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란히 라이트플라이급 세계 랭킹 1, 2위인 두 선수는 런던올림픽에서 각각 1, 2번 시드를 배정받았다.

8월12일 오전 4시30분(한국시간) 펼쳐지는 런던올림픽 남자 복싱 라이트플라이급 결승전에서만 두 선수가 격돌할 수 있다.

세계 랭킹은 신종훈이 앞서지만 경력이나 관록 면에서 저우쉬밍은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저우쉬밍은 처음 출전한 2003년 방콕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5년 자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고 2007년 시카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복싱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민적인 영웅으로 부상했다.

2009년 밀라노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한 저우쉬밍은 2011년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정상에 등극해 건재를 과시했다.

두 선수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격돌했던 것도 바로 이 대회에서였다.

신종훈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저우쉬밍의 벽을 넘지 못하고 11-20으로 패하며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등 해외 유수의 언론 매체들이 라이트플라이급 금메달 후보로 한결같이 신종훈 대신 저우쉬밍을 꼽는 것은 그런 배경에서다.

2009년 처음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경력이 짧은 신종훈에 비해 저우쉬밍은 10년 가까이 라이트플라이급 정상 자리를 유지해온 관록의 파이터다.

더군다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저돌적인 공격을 퍼붓는 신종훈에 비해 저우쉬밍은 전형적인 아웃복서 스타일이다.

중국 무술을 변용한 듯한 유연하고도 변칙적인 공격 스타일도 저우쉬밍의 장기다.

저우쉬밍은 어린 시절 무술 드라마에 심취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변칙 공격으로 경기 초반 포인트를 쌓고 아웃복싱으로 경기 끝까지 포인트를 지켜 승리하는 것이 저우쉬밍의 필승공식이다.

그러나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공격적인 선수에게 유리하도록 경기 규칙이 변경됐다.

종전에는 커버링을 무너뜨리고 체중이 실린 주먹을 안면에 적중시켜야 점수가 인정됐지만 이젠 커버링 위라도 정확한 가격이면 포인트를 주는 쪽으로 바뀌었다.

'에너자이저'처럼 시종일관 상대에게 속사포 같은 연타를 쏟아붓는 신종훈으로선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다.

신종훈이 올해 런던올림픽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과 박시헌(라이트미들급)의 금메달 이후 24년간 끊긴 한국 복싱의 금맥을 이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승배 복싱 국가대표팀 감독은 "라이트플라이급은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서 주의해야 할 경쟁자들이 많긴 하지만 일단 저우쉬밍과 결승전에서 맞붙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종훈이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경험이 적어 저우쉬밍에게 당했지만 런던올림픽에서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런던올림픽 경기 규정이 공격적인 선수를 배려하는 쪽으로 변경돼 체력적인 면에서 더 뛰어난 종훈이가 훨씬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신종훈(23)
▲출생연도= 1989년
▲키= 168㎝
▲수상 경력
-2009 밀라노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2011 바쿠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저우쉬밍(31)
▲출생연도= 1981년
▲키= 164㎝
▲수상 경력
-2003 방콕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004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 2004 아시안 챔피언십대회 은메달, 2004 월드 유니버시티 챔피언십대회 금메달
-2005 멘양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7 시카고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07 아시안 챔피언십대회 은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11 바쿠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