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룹 제조 관련 계열사 사장들과 해외에서 전략 회의를 열었고,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들과 주말 문화활동을 즐기는 등 사내 스킨십 강화에도 열심이다.

2일 관련업계와 삼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CE 담당), 신종균 사장(IM 담당) 등 핵심 경영진과 함께 베트남 휴대폰 공장에서 제조 전략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기, 삼성SDI, 제일모직 등 9개 제조 관련 계열사 국내외 생산 법인장들이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08년부터 전 세계 제조 생산법인 가운데 모범사례로 전파할 수 있는 우수 법인을 찾아 '제조 혁신데이'를 열고 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중국 텐진과 쑤저우에서 회의를 했고 2010년엔 구미 휴대전화 공장에서, 지난해는 태국에서 개최됐다. 이 사장은 지난해를 제외하곤 꾸준히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제조 관련 계열사가 모두 참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사장은 이번 회의를 직접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TV와 휴대폰을 총괄하는 삼성전자 사장은 물론 그룹 제조 계열사 임원까지 모두 회의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 이라며 "제조 분야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회의가 개최된 베트남 공장은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6개의 휴대폰 공장 가운데 중국과 함께 글로벌 전략 기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난해 1억 대 이상의 휴대폰을 생산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뒷받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사장은 베트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주말인 지난 1일 미래전략실 임원들과 발레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국립발레단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포이즈' 공연을 보기 위해 홍보담당 임원들과 함께 서초동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이 공연은 삼성 계열사인 제일모직 정구호 전무가 연출, 의상,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이 사장은 "임원들이 문화생활을 좀 하게 하려고 같이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계속된 새벽 출근과 최지성 실장 부임 등으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미래전략실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