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으면 흔히 ‘인바디 검사’라는 것을 받는다. 미세전류를 이용해 몸안의 수분,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 등 네 가지 체성분을 분석하는 검사다. 검사에 쓰이는 인바디는 양 손바닥과 발바닥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몸통과 팔, 다리에서 발생하는 저항값을 수치화해 정보를 표시하는 체성분 분석기다. 대부분은 인바디를 일반명사로 알고 있지만 체성분분석기 제조업체인 바이오스페이스의 브랜드 이름이다.

바이오스페이스는 세계 최초로 몸통과 팔, 다리 부위를 따로 측정하는 기술인 ‘부위별 직접 임피던스 측정법’을 적용한 ‘인바디’로 국내 체성분분석기 시장의 76%를 점유하고 있다.

전문가용 체성분 분석기를 주로 생산하던 바이오스페이스가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체성분분석기 ‘인바디 다이얼’로 가정용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일본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차기철 바이오스페이스 사장(56·사진)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체중보다는 체지방을 빼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제품을 통해 많은 이들이 체성분분석기를 더 이상 의료기기가 아닌 가전제품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 사장은 1986년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을 공부하던 시절 우연히 체성분분석기술에 대한 논문을 봤다. 이후 제대로 연구를 하기 위해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그는 1995년 국내에 연구소를 세우고 체성분분석기 개발에 착수했다. 1년 만인 1996년 5월 바이오스페이스를 설립하고 같은 해 9월 국내 최초의 체성분분석기 ‘인바디 2.0’을 출시했다.

바이오스페이스는 빠르게 만들기보다는 바르게 만들겠다는 정신을 제품 생산의 기본철학으로 삼고 있다. 차 사장은 “인바디 제품들은 12명의 장인들이 장인정신을 갖고 만든 예술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량생산의 기본인 컨베이어 시스템이 아닌 1인 1제품 생산시스템을 생산현장에 도입했다. 천안공장에 있는 12명의 제조 기술자가 연간 1만대의 제품을 모두 만들어낸다. 농산물 판매 실명제처럼 완제품에는 제조한 기술자의 이름이 찍혀 나온다.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누가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불량률을 줄일 수 있다.

바이오스페이스는 해외수출 1000만달러를 달성하며 지난해 2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특히 스마트폰과 연계한 인바디 다이얼을 중심으로 의학기기가 아닌 가전제품으로 쉽게 승인받을 수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일본 체성분분석기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