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전자(회장 이충구·71)가 ‘제2의 도약’을 위한 잰걸음에 나서고 있다. 이회사는 1978년 창업 후 지난 34년 동안 줄기차게 헤어 드라이어, 고데기, 헤어롤 등 이미용기기를 전문 생산하는 중견기업.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부동의 1위 업체이고, 미국 중국 일본 등 35개국에 연간 30여만대를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 업체다.

그러나 유닉스는 최근 몇 년간 ‘저성장 터널'에 갇혀 있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탓이다. 이 회사가 드라이어를 미국 대형마트에 대당 15~25달러에 납품할 때 중국 기업들은 비슷한 제품을 8~10달러에 내놨다. 이 회장은 “아무리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했지만, 중국 업체들이 워낙 가격을 후려치는 바람에 경쟁 자체가 무의미했다”고 회상했다. 주문이 끊기면서 한때 10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은 2007년 이후 계속 내리막 곡선을 그렸다. “유닉스도 이제 가는구나”는 평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국내 이미용업계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이 회장 자신도 ‘이제 사업을 접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1965년 호남전기에 입사, 상무이사까지 지내다 독립한 그는 회사 설립 후 오로지 이미용 분야라는 한 우물을 파왔다. 그가 회사를 설립할 당시 국내 미용실에서는 연탄불에 가열한 집게로 머리를 마는 ‘불고데’가 쓰이고 있었다. 그는 “국내에 없는 사업을 하겠다”며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와 홀로 제품을 만들었다.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만들었다고 한숨을 돌리는 순간, 중국의 가격 공세에 카운터펀치를 맞게 된 것.

이 회장은 “오기가 났다”고 했다. 그는 “이미용기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업이 되겠다며 한길만 파 온 제 자존심과 그런 저를 믿고 여기까지 따라와 준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첫 승부수는 신공장이다. 이 회장은 2010년부터 100억원을 투자, 지난달 7일 경기도 김포 골든밸리에 9917㎡(3000평) 규모의 신공장을 준공했다. 기존 인천 공장보다 6배가 넓다. 중국 동관에 있는 공장 생산라인까지 여기로 합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신공장은 연산 150만대 규모로 웬만한 중국 기업들과 생산량 규모면에서 밀리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승부수가 연구·개발(R&D) 역량 확충이다. 유닉스는 현재 서울연구소에 12명의 석·박사 학위자를 연구원으로 두고 있다. 최근 두 명의 연구원을 충원했다. 이들은 단순히 머리를 말리고, 스타일링하는 미용기기가 아니라 두피에 영양을 주고, 머리에 윤기를 제공하는 ‘기능성’ 미용기기를 개발 중이다. 이한조 부사장은 “중국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매년 2~3개씩 내놓고 미국 일본 등 주요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승부수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하는 일이다. 이 회장은 “2010년 유닉스뷰티라는 유통회사를 설립해 현재 4000여개의 이미용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며 “올해 60억원, 내년엔 100억원 정도 매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업을 하면서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었다”며 “모터나 금형, 나사까지 직접 손으로 제작하고 조립하던 사업 초기의 심정으로 되돌아가 제2의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3년 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인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할테니 잘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김포=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